Maxence Cyrin - Hermione
낮은음이 따스한 호수의 파문처럼 퍼진다. 그 작은 일렁임은 마치 수면 위에서의 휴식을 시작하는 간질거림을 준다. 그리고 높은음이 따른다. 물방울이 튀는 모습 같기도. 아니면 편안함에 내 흐르는 생각들을 관망하는 모습일지도.
그리고 연속된, 높은음들이 이어진다. 생각의 깊이가 급강하하고, 조급해진다. 무언가에 꽂힌 듯, 이마가 찌푸려진다. 그려진 모양처럼 물결의 결도 거칠어진다. 그러다 갑자기, 확 저물게 된다. 하나의 생각이 선율의 호수에 떠있다. 그 거대한 생각은 마치 그곳을 다 잡아먹을 듯이 몸집을 키운다. 수면에 닿는 면이 넓어질수록, 편안함은 더욱 짙어진다.
2분도 되지 않는 이 곡에 얼마 전부터 빠져있다. 따뜻한 흐름에 유영하는 기분이 왠지 모르게 그리워서. 그리고 끊이지 않아서.
언제부턴가 피아노 곡을 주로 듣는다. 다양한 음악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최근에 들어서 말이다. 왜 그럴까. 나에게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묻지 않아서일까. 이 느낌도 또 어느새 흐려지겠지. 그때까지만이라도, 언제나 이렇게 둥둥 떠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