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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걷히기 마련이다

재지팩트 - Smoking Dreams

by 훈자까

익히 알던 노래라도 그 느낌과 무게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때이면, 의미와 공감을 갈구할 수 있는 곡을 찾지 않을까.


나에겐 다시 글을 제대로 써보자고 했던 때였을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불붙은 자부심이 가득했던 때가 소화되고, 그저 사람과의 만남을 향유하다가. 문득 낡은 열쇠를 다시 들었을 당시. 이 노래가 번뜩하니 떠올랐다.


'안개 낀, 뿌연 꿈들.', '이쯤에서 질문을 해 내 꿈에 관해.' 의미는 단박에, 공감은 짙게 남았다. 그때 이후로 무척 즐겨 들었다. 지금껏 놓은 적은 없으나, 스스로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 느낄 때면 항상 찾아들었다. 뿌연 장면을 청각과 뇌에서 겹쳐서 체감하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원했기에. 그 갈망 자체에 진한 갈구함이 담기길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



'왜 난 이럴까, 물음표로 수 놓인 밤하늘.' '나를 내려다보는 star, 괜히 오늘따라 더 높아 보이기만 하네.'


실제 쓰는 글에서도 밤하늘, 별, 동경을 자주 애용했고 지향했기에 마치 내가 쓴 하나의 구절 같았다. 듣는 공감을 넘어서 실제적인 자조를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뭘. 이와 같은 소심하고 회피적인 모습을 조금은 편하게, 덜어낼 수 있었다.


이미 꿈이라는 길에서 성공을 발견하여 달려가는 이들이 부럽다. 어머니의 걱정과 부담, 쏘아진 화살처럼 가차 없는 시간에 더불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찢어진 내 의지가. 그리고 삐약인다는 표현이 참 나약하고, 처절하다. 멀리 퍼지지도 못할 그 울음이. 누구에게는 시시콜콜한 허풍이자, 이야기일 뿐. 그리고 오늘의 내 노트는 또 더러워진다. 만일 성공했었다면, 더럽다는 표현이 아니었겠지. 아마 '꽉 찬.'


'알다가도 결국 모르는 게 인생사.' 맞지, 맞아.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그 모르는 상황 중에서는, 내가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그냥 이렇게 흘러가다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별과 꿈으로 남아 적적한 생을 맞이하는 하나의 장면도 포함되어 있을 텐데. 많이 두렵다.


'나를 위로하던 누군가의 음악도, 뚝딱 나온 게 아닐 것임을 깨닫고.' 내가 흐려질수록 듣는 이 곡에도, 가수의 피 담긴 열정과 고뇌, 울분이 묻어있다. 가사가 선명하게 빨갛고, 무척 밝구나.


'그간 나의 어머니가 그린 그림도 무심코 보던 어제보다 더 깊어.' 가장 익숙하고 소중한 이의 예술도, 다음 날에 깊게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아마. 의지와 자존의 낭떠러지이지 않을까.




내 꿈, 내 걱정, 내 겁과 담배. 불을 지피네. 물론, 나는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그래도 담배와 연기로 표현한 이감성이 참 좋다. 겁과 걱정은 모조리 불타서 사라지고, 꿈만이 남아 하얀 길로 나를 안내해 줬으면. 휘청거려도 좋다. 끝끝내 도달할 수만 있다면.


이 안개가 걷혔을 때, 찬란한 그 장소가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오늘도 뿌연 시야를 쫒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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