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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an 15. 2019

사람이 살지 않는 카페

얼음같은 겨울날의 그 카페를 나오며 나는 누구의 인사도 듣지 못했다.


둘이 아닌 혼자 먹은 함바그 스테이크는 배가 아팠다. 토마토와 바질 페스토, 민치한 고기 덩어리와 코울슬로, 그리고 반숙 계란 후라이가 있을 뿐인데 배가 아팠다. 그곳의 인기 메뉴 데미그라스 소스 함바그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먹어본 게 없는 나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본 파스타를 고를까 고민했지만, 지갑을 들고 계산대까지 걸어가며 마음은 데미그라스와 토마토 소스 사이를 오고갔다. 어쩌면 그냥 좋지 않은 나의 최근 배 사정의 문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심한 복통을 느낀 적이 없고, 그곳에서 나는 언제 한 번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갤러리 1층 카페, 화이트하고 쾌적한 분위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 혼자 먹기에도 나쁘지 않은 메뉴. 손님이 일어나면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리를 하고, 남자 직원, 여자 직원 모두 검정색 옷을 입고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광화문 근처에서 취재를 하고 카메라 선배와 함께 구석 테이블에 앉았던 늦은 오후, 씨네큐브에서 길을 걸어 또 다시 함바그 스테이크를 주문했던 어느 여름 날. 나는 마음이 불편했고 배가 아파 버스 정류장에 제대로 서지 못했다. 토마토 함바그 스테이크는 맛이 없지 않다. 데미그라스 곁에 있던 반숙 계란의 재탕은 조금 물음표이지만, 그렇다고 무를 만한 음식은 아니다. 다만 나는 이 카페에서 조금도 사람의 온도를 느끼지 못한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화장실을 두 번 왔다갔다 하며, 눈을 마주친 직원은 인사는 커녕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부딪힐 뻔 한 문앞에서 나는 또 다른 직원을 위해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발걸음을 했다. 내게 카페는 보이지 않는 오고감의 균형인지 모른다. 돈을 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가 아닌, 그저 짧고 긴 시간 안에 함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서로에 대한 무심한 상냥함인지 모른다. 그저 조금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 그저 조금 신경 쓰는 것, 그 정도의 포근함이 카페의 온도인지 모른다. 주문을 하고, 돈을 내고,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물과 피클은 셀프로 가져오고, 그게 전부인 카페. 얼음같은 겨울날의 그 카페를 나오며 나는 누구의 인사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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