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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06. 2022

언제까지 일할 거야?

내일채움공제, 나에게 있는 기회

[ 05. 인디팬던트 워커 ep.20/회사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일에 대한 고민이 있고, 건축 실무에 대한 고민이 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퇴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사실상 2021년 1월에 광양 아파트 현상이 끝나고 고민이 시작되면서 퇴사 생각을 내 머릿속에서 떠나게 할 수가 없었다. 문득 내가 지금 뭘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퇴사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다녔다. 물론 부조리를 느낄 때 이 조직에 있어야 했나? 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과연 내가 여기서 커리어를 키우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너 언제까지 일할 거야?’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었다. 맞다. 미루려면 평생 미룰 수 있는 게 퇴사일 수 있다. 계속 미루다 보면 정년퇴직까지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큰 틀이 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나에게 스스로 ‘셀프 고민 데드라인’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2020년, 신입사원 초반에 ‘내일채움공제’라는 제도에 가입했다. 나라에서 중소기업에서 특정 기간 일하면 목돈을 만들어주는 제도였다. 긍정적으로 보면 일을 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이 목돈을 만들어 나갈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나라와 회사에서 장려금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벌 수 있는 수익도 늘어간다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은데, 돈을 빌미로 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인터넷에 살펴보면 꽤 많은 ‘내일채움공제’ 가입 회사원들이 회사에 불만이나 문제가 있어도 ‘내채공’ 때문에 버티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일할 의욕이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돈 때문에 이어가는 게 꼭 좋은 사회적 모습인가 의문이 들긴 한다. 어쨌든 나도 1년 이상 ‘내채공’을 버텼고 앞으로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이 남았으니 ‘내채공’ 만기일을 기준점으로 데드라인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돈을 만드는 건 중요했다. 이 돈으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회사에 남아 투자자금이 되거나, 집 보증금을 올리는 데 쓸 수도 있으니 고민의 끝이 어떻게 되든 좋은 기회로 작용하리라 생각했다. 나는 ‘내채공’ 만기일인 2022년 3월까지를 목표로 고민하자고 스스로 약속했다.


여기서 ‘고민’이라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진짜로 생각하는 고민이 첫 번째, 진로에 대해 실험하는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내가 퇴사 후 미래를 어떻게 계획할지가 세 번째 정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듣고 엿보는 것까지가 고민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로 써는 아직 행동한 거 없이 일에 대한 내 생각을 기르고 있었을 뿐이다. 물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있지만 그저 욕구를 해소하는 의미로써 접근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질문에 적절하게 답하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고민을 할 때 ‘질문’을 잘 던져야 했다. 적절한 질문을 나에게 던져야 나도 제대로 된 고민을 할 수 있다. 나 스스로 무엇을 답하고 싶냐고 했을 때 떠오르는 질문을 이런 것들이 있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나 삶은?. 이렇게 ‘나’를 중심으로 현재의 내 성향과 모습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일하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떤 컨디션에서 일해야 하나?, 꿈은 무엇인가? 같은 미래의 일과 진로에 관한 질문들도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꾸준히 해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해왔는가? 열정이 있는가? 와 같은 과거를 되짚어보면 답을 할 수 있는 질문들도 생각했다.


이런 질문들은 한 번에 떠올랐다기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쌓아온 질문이었다. 물론 유튜브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얻은 질문도 있다. 몇몇 질문은 평생을 걸쳐서 해야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질문은 쉽게 답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30대에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더 치열하고 깊게 고민해서 답을 얻고 싶어졌다. 이런 고민을 가족에게 고민 상담하듯 털어놓곤 했는데 다들 반응이 조금씩 달랐다. 부모님은 네 인생이니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하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물론 많이 공감해주시면서 고민을 응원해주신 것이다. 누나 같은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나는 우울의 모습이 내면에 감춰져 있는 사람이라서 걱정해주었다. 너무 생각이 복잡하고 많으면 힘드니, 쉽게 생각도 해보라고 조언해주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묘한 승부욕이었을까? 끈질기게 고민하고 싶었다. 분명 정답이 없고 답을 당장에 얻을 수 없기도 했다. 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을 때는 넘기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고민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파고들다 보면 세상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당연히 집요하게 파고드는 건 내 성향이기도 하지만, 너무 좋았던 건 생각도 많이 할수록 늘어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중요한 건 깊게 오랫동안 고민해 보라고 추천한다. 대다수의 경우 결국 정답은 자기 마음속에 있으니 말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게 결국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살펴보아야 자신의 마음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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