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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n 28. 2022

베트남 후, 제천 사업계획승인 1차

야근의 연속

[ 06. 지적자본론 ep.22/회사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베트남 국제 현상’이 끝나고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 김 소장에게 들을 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진짜 다행인지는 해보지 않고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있었다. 2팀의 김 부장님과 처음으로 합을 맞춰보는 거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상만 가능했다. 그렇게 김 부장님에게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고 하자 김 부장님은 의외로 무덤덤하게 같이 할 일을 나누어 주셨다.


제천 프로젝트는 계속 김 부장님이랑 했다. 마지막까지도 김 부장님이랑 나, 단둘이서 진행했다. 김 부장님이랑 일하면서 알게 된 김 부장님의 몇 가지 장점들이 있다. 김 부장님은 워낙 작년 종무식에서 본부 우수직원으로 뽑힌 경력이 있고 그 이유로 작년 광주에 지식산업센터 실시설계를 혼자 맡아서 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한 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듣기로는 혼자 일하시는 걸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반대로 제천은 혼자서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김 부장님이 건의해서 내가 같이하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김 부장님은 이미 경력이 부장급이었기 때문에 내가 믿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 광양을 같이 했던 1팀 차장님과 다른 거는 내가 관찰한 몇 가지 장점 때문이었다. 김 부장님은 계획이 철저하고, 깔끔하게 역할을 나누고, 정해진 목표 시간이 있는 게 내가 발견한 장점들이었다. 역시 일을 잘하시고 매니징을 잘하시는 경험 있는 PM이었기 때문에 나도 일하면서 정말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김 부장님에게 나는 일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했는데 항상 답을 잘 해주셨다. 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이 철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맡은 역할 외에 부분까지 모두 다 말씀해 주시진 않았지만 내가 어느 정도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곤 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질문했던 것도 있다. 


일 처리가 깔끔한 김 부장님의 첫 장점인 계획 철저는 일에 대한 양과 관련이 있다. 보통 계획이라고 하면 일정을 많이 생각하는데, 또 필요한 거는 얼마나 일할 것인지도 계획해야 한다. 일단 김 부장님은 그 선이 매우 명확했다. 이 단계에서는 이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저만큼이 확실해서 도면을 그릴 때 순차적으로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도면에는 공사에 필요한 정보들을 담는 게 중요한데 한 번에 모든 정보를 다 담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들을 담아서 나중에 모두 더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설계 계획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초기에 모든 정보를 다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수정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 단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단계별로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아시는 것 같다. 두 번째 장점인 R&R(역활과 책임)에 대한 것도 확실했다. 김 부장님이랑 일할 때는 절대 나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지 않았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지켜져야 하는 게 각자 역할이 뚜렷해야 프로젝트 안에서 일이 얽히지가 않는다. 보통 한 일 덩어리는 떼어주거나, 계획이 다 된 부분에 정보를 담는 일을 많이 내가 맡아서 했다. 부장님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계획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맡아서 1년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얽히는 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야근하던지 김 부장님이 야근하던지 꼭 같이 집에 갈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세 번째 장점이 있는데, 일할 때 목표 시간을 정해두고 일한다. 물론, 이건 나도 지속해서 물어보고 지켰던 것 중 하나인데, 일정을 몰라 각 파트가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면 일이 계속 늘어지고 막판에 휘몰아친 경험들 때문이었다. 김 부장님은 미리 언제까지 무엇이 완성되어야 하는지 명확했다. 명확하다는 게 단순히 정해진 데드라인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는 데드라인, 그 데드라인이 어느 정도 확률로 바뀔 수 있는지까지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래서 내가 일을 받았을 때 그 안에서 내 시간 관리가 가능했다. 그뿐만 아니라 야근할 때도 목표 시간을 정했다. 물론 일에 따라 100% 지켜지는 못한 경우도 있지만 목표를 정해두고 일하면 확실히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10시가 되든 11시가 되든 정해진 시간까지 도면을 완성하거나 정말 근접하게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 목표를 달성하면 내일 새로운 일을 맡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전 광양 프로젝트와는 다른 점이 이 세 가지였고, 이래서 김 부장님이 건축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일 처리가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제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속도를 따라오는 다른 프로젝트가 본부 내에서는 없었을 정도였다. 당연히 문제는 항상 발생하고 프로젝트가 지체될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input으로 필요한 output을 만들다 보니 밀려도 그만큼 고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다. 그래도 발주처는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했지만. 김 부장님이랑 일하는 건 정말 배울 수 있는 숙련된 선배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덜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도 사업계획승인 접수를 위해 현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 자체가 워낙 많아서 내가 투입된 것이기도 하고, 두 명이 사업계획승인 도면을 그리려고 하니 정말 만들어야 하는 도면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나도 빠르게 도면을 치면서 일 속도가 확 올라갔지만 야근의 필수적이었다. 그나마 김 부장님 컨트롤이 있어서 새벽까지 하는 야근은 한 번도 없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 마지막이 너무 바빠서 체감은 훨씬 가볍게 일하는 것 같았지만 퇴근 후 나의 삶은 또 없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평일 할 수 없었고, 주말이 돼서야 그나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두 달이나 석 달이면 완성될 것 같았던 케이팝 아티스트 추천 인스타툰은 계속해서 딜레이되는 상황이었다. 주말에만 작업하기에는 너무 더디고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중 작업은 미래에 나에게 맡기고 조금 만들어져 있는 몇 편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후련했다. 아! 드디어 하는구나. 물론 인스타그램을 제대로 운영하거나 활동하지 않아서 정말 어떻게 해야 좋아요가 눌리고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좋아요는 적었지만,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댓글이 달려서 뿌듯하기는 했다. 드디어 시작했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이전에 읽었던 <프리워커스> 마지막 부분에는 모빌스그룹이 추천하는 책들이 있었다. <프리워커스>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중에 한 권 혹은 두 권 정도 읽고 싶었다. 그중 눈에 들어온 책이 <지적자본론>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표지였는데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책은 여행이니까 새로운 행선지를 향해 티켓을 끊기로 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에 <지적자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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