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Jul 05. 2022

회사 다 이런거 아니었어?

이런 회사도 있다니!

[ 07. 규칙없음 ep.26/책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글들은 <퇴사까지 1년 반>(가제)의 초안입니다.


<규칙없음>은 2020년 9월에 한국에 발매되었다. 다음 해인 2021년에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넷플릭스의 설립자이자 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비즈니스 스쿨 교수 에린 마이어가 쓴 넷플릭스 회사에 관한 책이다. <프리워커스>에 나오는 추천 도서이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도 몇 번 추천받아 보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내용을 깊게 알지는 못했지만, 궁금증에 이끌려 넷플릭스 서비스와 같은 매력을 가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꽤 두꺼운 책이고 가격도 20,000원이 넘는다. 그만큼 얻어 갈 수 있는 것도 여러가지에 술술 잘 읽혀서 재미도 있는, 정말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넷플릭스의 남다른 사내 문화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런 사내 문화를 가져야 했는지 여러 인사이트와 경험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에린 마이어가 인터뷰하고 관찰한 넷플릭스의 직원들이 사내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도 볼 수 있다. 단계별로 어떻게 문화를 키워왔는지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하는 독자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남다른 문화를 만들었는지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읽으면서도 계속 든 생각은 ‘나도 넷플릭스 같은 회사를 경험해 보고 싶다’였다. 물론 책에서는 현실의 모든 고충을 다 담지는 못했겠지만 정말 치열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진보화된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가진 넷플릭스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우리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점심시간에 본 넷플릭스는 이상적인 환상이 되면서 오히려 점심시간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 침울해졌다.


돌아가는 길이 우울했던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로는 건축이 문화적으로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것. 두 번째로는 건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세 번째로는 회사가 OO 건축 같지는 않을텐않을 텐데이런 문화에 정착해 있는지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첫 번째 이유인 OO 건축의 보수적 문화를 사실 나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보수적인 것은 알았지만 인턴을 제외하고 첫 회사였기 때문에 회사가 다 비슷비슷하다고 어림잡아 생각했다. 분명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본부마다 다른 것도 있다. 그래서 다른 회사는 당연히 다른 게 맞는데, 지금까지 계속 들었던 ‘회사는 어디나 비슷비슷하다’를 믿었다. 어차피 이직해도 이름만 다를 뿐 대부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회사생활을 했다. 이직을 두세 번 해본 경력직 선배들이 하는 말이었다. 물론 문화가 다른 회사가 있는 것도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알고 있었지만, 나는 경험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경험해 보지 않은 넷플릭스의 사내 문화를 책으로 읽으니 얼마나 OO 건축의 사내 문화가 보수적인지 알 수 있었다. OO 건축은 종종 꼰대 건축 회사라고 낮은 연차 직원들은 말하는데, 이유는 기성세대가 너무 많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젊은 세대들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자연스레 끌려가고 있었고 <규칙없음> 울 통해 그 프레임을 깰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 이유에서 이어진다.


두 번째 이유인 OO 건축의 사내 문화 변화 가능성이다. 개인적으로는 미미하다고 봤다. 종무식이나 각종 행사에서 회장님은 종종 젊은 세대에 대해 공부를 하신다며 젊은 세대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이야기하시곤 했다. 물론 기성세대가 MZ세대가 겪는 감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알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설에서만 말할 뿐이지 회사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번은 성장에 관련해서 퇴사자가 많다고 했지만, 연설 후 아무도 직원들의 성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나 고민을 직원들과 나누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OO 건축이라는 절은 많은 중의 동의와 합의 끝에 이루어진 시스템이다. 그걸 바꿀 의향도 없는 절에 어린 중인 나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만 일으킬 수가 없었다. 보수적인 문화가 변화해야 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한 죄로 받아드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너무 답답하게도 OO 건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런 문화에서 일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회사에 있는 OO 건축 출신으로 만들어진 팀도 그 문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카더라로 듣곤 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답답함이다. 왜 문화를 바꾸려는 사람이 없는지에 대한 답답함. 세가지 이유는 한 맥락으로 이어지는데, 절이 싫은 중이 있고, 바뀌지 않는 절이 있고, 바뀌지 않는 절에 남아있어야 하는 답답한 중이 있다. 나는 <규칙없음>을 읽고 모든 회사가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회사는 비슷하다라는 신기루도 깨졌다. 그럼 더 좋은 회사로, 나에게 맞는 회사로 가야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내일채움공제’를 기다려야한다. 목표를 위해 버티는게 답답했다. 한편으로 웃긴건 많은 직원들이 나같이 답답해 한다. 모두는 아니더라고 꽤나 많은 숫자의 인원들이 그렇다. 그러나 회사를 바꾸려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 회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OO 건축을 평생 다닐 것이 아니라는 전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 더 좋은 절로 가서 수행을 이어가면 되니까. 이 문화에 OO 건축이 정착해 있는건 (물론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동의 없이 내 입맛에 맞춰 사내 문화를 바꾼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분명 변화에 있어서 한명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명은 손해를 입기 마련이다. 모두를 위한 정책은 사실 존재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뀌지 않는다. 이 문화에 맞는 인재들을 찾고 그들과 일하고 싶은 회사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게 진짜 이유일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건 이 이유 였다.


<규칙없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의 혁신적인 문화를 다룬다. 그런데도 나는 모든 회사가 OO 건축과 같지 않다는 걸 배웠다. 더 좋은 문화, 나에게 더 맞는 문화를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모든 회사가 다 다르다. 누군가 회사는 유기체와 같아서 계속해서 변화하고 모두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비록 점심시간 30분만 읽는 <규칙없음>이지만 그 시간만큼 내가 넷플릭스에 다니는 것같이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었다. 힐링을 할 수 있는 출구처였다. 다만 이게 그저 상상이 아니라는 것에 중요 점이 있다. 이상적이고 아닐 것 같지만 나에게 맞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좀 더 좋은 확률로 맞는 회사. 그게 모두가 좋아하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시스템의 회사 말이다. 어쩌면 퇴사 후 이직이 나에게 더 좋은 삶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퇴사 후에는 이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