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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l 06. 2022

자유에 따라오는 보상과 책임

주체적으로 일하기

[ 07. 규칙없음 ep.27/책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글들은 <퇴사까지 1년 반>(가제)의 초안입니다.


<규칙없음>의 내용 중 제일 충격을 받은 것은 ‘어떻게 넷플릭스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일하는가?’였다. 이 문화를 넷플릭스는 F&R이라고 했다. 자유(freedom)와 책임(responsibility)을 뜻하는 이 문화가 있어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이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는 게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걸 문화로 시행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한편 부러웠다. 역시 어려운 일을 달성했을 때 따라오는 보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을 원하고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이해하는 개념이었는지 되묻게 되었다. 내가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개념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사실 회사라면 더 큰 문제는 바로 책임이다.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내가 어쩌면 생각을 깊게 해보지 못한 부분을 <규칙없음>에서 알려주었다.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수입되어야 하고, 사업적인 성과도 이루어야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더해서 회사의 목적과 비전에 가까워야 한다. 아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어려운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직원들만 뽑아서 인재 밀도를 높이는 게 넷플릭스의 전략 중 하나다.


자유와 책임에 따라오는 것은 보상이다. 궁극적인 자유와 극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보이면, 넷플릭스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먼저 제안한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연봉 협상에서 회사가 먼저 내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을까? 물론 OO 건축은 연봉 협상이 아니라 연봉 ‘통보’이기 때문에 경험해 본 적은 없다. 아무튼 일을 책임지고 잘한 만큼 파격적인 대우가 이루어진다. 출장을 가거나 외부 업무를 볼 때 법인 카드를 결제 없이 쓸 수 있다. 자신의 일정에 맞춰 휴가도 일수 제한 없이 다녀올 수 있다. 회사의 비전과 목적만 맞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자유와 책임이 무거운 만큼 이에 따르는 보상도 그만큼 화려하다. 그리고 보상이 결국 동기부여가 되어 직원들이 일할 때 더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닐까? 물론 자유와 책임을 지키지 못하면 돈을 두둑이 챙겨 해고 통보한다. 그만큼 이건 어렵고 무거운 문화인 것이다.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을 수 있는 게 넷플릭스 같다. OO 건축은 거의 정반대다. 퇴근 할 때나, 사내 물품을 물어보고 사야 한다. 지금 퇴근해도 괜찮은지, 이런 종류의 펜을 사도 되는지. 결재를 맡고 확인받는다. 물론 당연히 결재 라인 중에 내가 뭘 위해 결재를 받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껴있다. 그래서 책임을 질 일이 별로 없다. 그만큼 보상도 적다. 연봉은 누구나 만족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휴가도 눈치를 많이 보고 써야 하고, 일단 쓰는 것 자체가 회사의 배려 영역에 포함된다. 52시간 이상 일 했을 시에 주는 보상 휴가도 못쓰고 60개, 100개씩 쌓인 사람들도 많다. 일을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더 몰리고, 일을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덜 몰린다. 그래도 절대 해고는 하지 않는다. 자유, 책임, 보상에서 모두 벗어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 나는 과연 자유와 책임을 견딜 수 있을까? 일을 회사의 비전과 목적 그리고 사업성까지 다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규칙없음>만 읽어도 알 수 있다. 과연 안정성 없는 직장을 다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이 말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도전해 보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실패도 성공도 할 수 없다. 설상 내가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을 테니 도전하는 게 나에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내일채움공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이 회사에 붙어있어야 했다. 아쉽게도 자유와 책임은 상상만 하기로 하고, 실행은 잠시 접어둔다. 책을 여러 권 읽을수록 OO 건축에서의 생활이 점점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게 된다. <규칙없음>은 정말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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