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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l 07. 2022

내 잘못도 회사 잘못도 아니야

[ 07. 규칙없음 ep.28/나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글들은 <퇴사까지 1년 반>(가제)의 초안입니다.



나는 내 성향과 회사의 시스템이 그렇게 좋은 조합이 아니라는 걸 느껴버렸다. 새로운 생각들이 피어올랐고 이에 따라 회사에 대한 불만도 커져만 갔다. 왜 이렇게 보수적인지, 일은 시키는 것만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정치에 권력 싸움에, 일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었다. 사실 이렇게 불만만 늘어놓고 다니면 계속 부정적인 감정만 남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내일채움공제’ 만료일까지는 회사에 다녀야 하는데, 그렇다면 내 마인드를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회사에 있어야 하는 데 불만만 느끼고 있는 게 얼마나 소비적인 일인가? 이미 회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를 미워하기 싫었다. 회사가 미워서 퇴사하는 게 되는 것도 싫었다. 그러면 내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도 같았고, 좀 더 희망적인 이유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이렇게 고쳐먹었다.


‘내 잘못도 회사 잘못도 아니야.’ 먼저 회사를 탓하지 않으려고 했다. 당연히 내 탓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누구 한쪽의 잘못이 아니라 나와 OO 건축은 그냥 안 맞는 조합인 걸 인정 해야 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좋을 것 같아서 OO 건축에 지원서를 넣었으니까. 회사 입장도 같을 거로 생각했다. 얘를 뽑으면 우리랑 잘 맞게 일하겠지. 그래서 OO 건축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무엇인가 엇나간 것 같고, 합이 잘 맞지 않는 걸 탓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잘못도 회사 잘못도 아니다’라는 걸로 생각을 바꿨다. 안 그래도 회사에는 정말 변수들이 많다. 누구랑 같은 팀은 하는지도 있고 누구와 일하는지도 변수이다. 더 큰 변수는 그 누군가와 내가 맞을지가 변수다. 다행히 1년 차에는 용 대리님과 잘 맞아서 괜찮았고 지금은 김 부장님과 잘 맞아서 일을 수행해 가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맞지 않는 사람과 일도 하면서 불만도 많았었다. 그러나 회사로서는 여러 가지 팀 조합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프로젝트가 들어올지 사실 회사도 잘 모른다. 물론 일이 들어오면 매출을 위해 일하는 게 회사니까, 당연히 그 일을 해야 한다. 회사도 많은 위험을 앉고 있을 것이다. 회사의 변수가 많지만 나도 만만찮게 변수가 많다. 첫 번째로 가족이 있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아프시다거나 하면 나도 그 변수를 받아드려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회사로서는 잃는 게 있을 터. 왜냐하면 나도 회사 일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도, 친구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고민도 있고, 애인과의 싸움이나 이별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또 거주하는 집에 대한 문제라거나 내가 가진 질병이나 장애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선 까지는 내 사생활에서 오는 임팩트들을 이해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나도 회사에서 야근하거나 주말 출근을 하면 서로 돌봐주듯이 그렇게 주고받는다. 하지만 서로 좋게 좋게 하려고 해도 안 맞는 것들이 생기는데, 이런 게 정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원래 OO 건축이 그런거고, 원래 내 모습이 이런 거다. 물론 서로 본연의 모습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지만 일하면서 알아가는 거였다. 막상 OO 건축의 환경에서 일해보지 않으면 이게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알 수가 없다. 그 위험을 앉고 회사도 나를 채용하고, 나도 회사에 입사했다.


그렇다면 서로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에 말한 것처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방법이 있고 다른 방법은 중이 변하는 것이 있다. 물론 알다시피 내 선택은 절을 떠나는 거에 더 가깝지만 몇몇 사람들은 혹은 무딘 사람들은 변화할 수 있다. 그저 회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OO 건축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모습에 맞게 일하면 된다. 나는 단순히 OO 건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OO 건축은 본부에서 나와 일로 엮인 사람들을 뜻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나는 보여주면 된다. 그렇게 내 모습이 변할 것이었다. 그리고 똑같이 그들도 내가 원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면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서로 맞춰가는 방법이다. 사실상 여기에도 결함이 있는데 직급에 있다. 요즘은 수평적인 조직도 많이 생기지만 OO 건축의 위계는 확실했다. 그리고 그들은 위계를 좋아한다. 결정권자와 같이 높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분명히 있고 그 아래로 직급으로 직원들을 줄 세운다. 그래서 사실상 서로 맞춰간다기보다는 나를 나보다 권력이 많은 누군가에게 맞추는 거에 더 가깝다. 이 직급에는 파워가 계급처럼 있고 정보에도 계급이 있다. 내가 경험했듯 어떤 사람들은 데드라인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는 게 힘이고 계급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급 차이가 있으니 저년차에서는 그저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싫으면 대들던지, 변화를 꾀하든지 하지만 그것도 변화할 거라는 높은 확률은 아니었다. 그래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둘 중 하나는 움직여야 한다. 서로 맞지 않는데 붙어있으면 결국 화만 초래하는 일이 많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맞춰진다는 희망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애초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가 날지는 예상하지만 그런데도 회사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서로 ‘you do you, I’ll do me’를 한 것이다. 사실 이건 화가 난다기보다는 안타깝다. 나로서 아쉬운 건 회사와 내가 좀 더 맞았으면, 내가 회사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이 관계가 더 지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요즘 같은 대이직의 시대에는 근속연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가끔가다 보면 한 회사랑 잘 맞아서 오랫동안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나에게 잘 맞는 회사를 찾는 것도 힘드니, 평생직장을 갖는 것도 행운이 아닐까 싶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은 사람도 부럽지만,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은 사람도 무척이나 부럽다. 역시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나 보다. 어쨌든, 나는 더 이상 회사나 나 자신을 탓하지 않기로 했고, 사실 그렇게 생각하니 차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조금이나마 부정적인 마음인 탓하는 행위가 줄어들어서인지 마음의 안정감이 조금 들어왔다.


그러던 중 나는 또 다른 현상에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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