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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ul 15. 2022

새로운 신입, ENFJ

콩사원의 등장

[ 08. 더 프랙티스 ep.31/나]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글들은 <퇴사까지 1년 반>(가제)의 초안입니다.



병원 현상이 끝나니 여름 중반이 되었다. 현상 제출물이 떠난 뒤 내 옆자리로 새로운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큰 키에 긴 머리를 가진 신입사원을 콩사원이라고 부르겠다. 현상이 끝나는 날에 콩사원이 첫 출근을 했다. 나는 전날 너무 늦게 끝나고 아침에 정시 출근보다 1시간 앞당긴 출근을 하느라 지쳐있어서 옆자리였지만 많이 챙겨주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틀 정도 현상 후 휴가를 가게 되어서 그 다음 주가 되서야 콩 사원을 챙겨줄 수 있었다. 회사 시스템이나 업무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사실상 나는 다른 팀의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으므로 콩사원과 같이 일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내 옆에 앉는 유일한 사람이자 후배였다. 그래서 중간중간 일과 관련 있지 않은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 기대랄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콩사원은 나와 티키타카가 잘되는 아주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알고 보니 그녀도 나랑 같은 MBTI였다. 글로벌 3팀에 ENFJ가 두 명이 되었다.


2주가 지났을까, 3주가 지났을까. 우리는 점점 쿵짝을 잘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콩사원은 이미 퇴사를 한번 경험한 퇴사 선배이자 중고 신입으로 OO 건축에 들어왔다. 콩사원의 이전 직장은 건축 업계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공기업이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공감대를 넓혀갔다. 나 또한 회사 생활에서 겪고 있는 고민이나 퇴사에 관한 생각을 편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에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용 대리님과 함께하고 있던 점심시간 독서 모임에 초대했는데, 웬일인걸 콩 사원은 너무 좋은 모임이라며 흔쾌히 모임에 참석했다. 웃긴 건 그전에는 점심시간 독서 모임이 이름이 없었는데 콩사원이 독서 모임이라는 아주 모범생 적인 이름을 지어주었다. 독서 모임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꿈에 관해 이야기도 했다. 콩사원은 내가 느끼기에 OO 건축이 담기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고 잘 할 수 있는 능력자였다. 콩사원은 OO 건축에서 실무 수련을 채워 건축사 시험을 봐서 라이센스를 따려는 목적을 가지고 회사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나와 다르게 회사에서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독서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고 영감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콩사원과 나는 같이 퇴사를 꿈꾸며 OO 건축을 다니는 직장 동료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해주기도 하고 용기나 조언도 해주면서 가까운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것 외에도 글로벌 본부에 대해 콩사원이 더 알아 갈수록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 본부의 문제점이나 불만들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이런 본부에서 발전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도 고민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OO 건축에서의 생활은 좋아졌다고 말해야 하나. 친한 용 대리님에 이어 콩사원까지 회사 생활에 좋은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회사 생활은 점점 더 원만해져 갔다.


현상이 끝나고 ‘제천 아파트 신축공사’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이제 조금 평범한 날들을 (드디어) 맞이할 수 있었다. 사업계획승인을 일차적으로 접수하고 난 후에 여러 가지 협의와 단계들이 남아있었지만, 차례대로 하나씩 해나가면서 프로젝트는 진행되었다. 그렇게 콩사원의 등장으로 3팀에서의 생활은 한결 나아졌고, 제천 프로젝트를 하면서 잘 끌고 가 주시는 김 부장님 덕에 일은 매끄럽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독서 모임은 끝나지 않고 용 대리님, 콩사원과 계속 이어져 나갔으며 조금은 다사다난했던 2021년의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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