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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Nov 14. 2022

두 번이나 연달아서 하다니.

주간 회고록 : 2022년 11월 둘째 주

아마 화요일 저녁이었을 거다. 편집 디자인 프리랜서 일을 끝내고 달콤한 저녁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였다. 무심코 아이폰을 들어 네이버 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작가인 ‘연옥’님의 뉴스레터 <별게 다 불편해>가 와있었다. 다른 뉴스레터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공감 가는 생각이 담겨있어서 베타 버전을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 마지막 편이 도착해있었다.


뉴스레터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아침에 몰아서 읽는 편이지만, 그날은 저녁 휴식 시간의 마무리(?)인 홈트레이닝을 하기전에 <별게 다 불편해>를 읽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진심으로 운동을 2.75초라도 미루고 싶어서 다음날 읽을 뉴스레터를 아이폰에서 열어버렸다.


2주 전에 일어난 안타까운 일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과 자기 경험이 적혀있었다. 나는 공감하며 진지하게 글을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뉴스레터 스크롤을 중간쯤 내렸을 즈음에 갑자기 화면이 반짝했다.


“악— 뭐야! 어디 갔어!”


적잖이 당황했나 보다. 반짝인 화면은 뉴스레터가 아닌 크몽에서 온 광고 메일로 바뀌어 있었다.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며 아이폰이 잘못 눌러겠거니 했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당시 자세가 불량했기 때문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발끝부터 배까지 이불을 덮어 포근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두 팔은 천장 쪽으로 향하게 들어 아이폰을 누워있는 내 얼굴 앞에 배치해 팔은 아프지만 몸은 편한 자세로 뉴스레터를 읽고 있었다. 이런 불량한 자세는 아이폰을 얼굴로 떨어뜨리거나, 타이핑을 할 때 오타를 내거나, 의도와 다르게 이상한 터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스크롤을 내린다고 오른손 엄지를 휘저은 게 실수로 삭제 버튼을 누른 것이다.


메일 어플에 공간이라도 있는 듯 나는 휴지통으로 향했다. 다행히 뉴스레터는 가지런히 휴지통에 보관되어 있었다. 삭제된 뉴스레터를 받은 편지함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스크린 상단에 있는 휴지통과 휴지통 옆에 엑스가 그려진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2.75초가 흘렀다.


“악— 뭐야! 어디 갔어!”


 나는 또다시 당황했나 보다. <별게 다 불편해> 베타 버전 마지막 뉴스레터가 ‘영구 삭제’되었다는 것을 2.75초 후에 알게 되었다. 그래…. 어쨌든 운동은 좀 미뤄졌네…. 나는 휴지통에 엑스가 쳐진 버튼이 휴지통에 있는 메일을 복구한다고 생각하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눌렀다. 알고 보니 그건 메일이 휴지통에서도 삭제된다는 무시무시한 버튼이었다. 이 짧은 시간에 똑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연달아서 하다니, 참내.

영구 삭제가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숨을 한번 푹 쉬고 이것도 나의 잘못이니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이불 밖으로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뉴스레터 앞부분에 <별게 다 불편해>의 정식 구독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읽은 것이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신청을 오픈하면 구독할 생각이다. 마침 이번 주 금, 토, 일에는 독립출판 페어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2022>에 작가님이 참가하신다고 하니 행사장에 가서 만나면 어색한 미소로 이 에피소드를 풀어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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