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Jan 09. 2023

충분히 사랑받으면서 사는 방법.

give love 사랑을 좀 주세요 

나는 내 삶을 영위하기에 풍족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은 내게 사랑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내가 받는 사랑이 충분하다고 느낀다.


한때는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고독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그것이 극에 달했었다.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은 차갑고 씁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았고, 자신에게 자존심은 있었지만, 자존감은 없었던. 나는 마치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난 신축 오피스텔 같았다. 하지만 사랑을 측량 할 수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그 양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수요일 핸드폰을 잘못 터치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는 걸 엄마께 잘 못 걸었다. “아들! 무슨 일이야?” 나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적잖이 당황하며 “어- 어. 그냥 전화해봤어.”라도 답했다. “엄마 어디야? 바빠? 알겠어. 그럼 이따가 통화해.”라며 내가 걸어놓고 내가 끊어버리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23분이 지난 후 엄마가 전화를 걸어오셨다. “응 엄마. 나 지금 밖이야. 친구 만나려고 약속 나왔어.” 엄마는 49초의 통화 시간 동안 마스크 잘 쓰고 다니고 친구랑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말씀을 하셨다. “밥 잘 챙겨 먹고 사랑해 아들.”


“어 알겠어.” 통화가 끝나고 나는 곧장 아이폰 메모장을 켜 이렇게 한 줄의 생각을 남겼다. ‘너는 왜 사랑한다고 답하지 않니.’


엄마는 내 가장 오래되고 낡은 기억 속에서도 꼭 사랑한다고 말해주신다. 영상 통화를 끊을 때도, 버스를 타고 서울을 올라갈 때도, 멀리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나를 꼬옥 안아주실 때도.



사랑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일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2016년에는 자존심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고, 지금은 소중한 사람들이 주는 한결같은 사랑에 감사를 느낀다. 엊그제 만난 이십년지기 친구와의 짧은 만남 속에서도 사랑을 느꼈다. 같이 타지에서 힘들게 공부했던 친구들과의 술자리 웃음 속에서도 사랑을 느꼈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사랑을 충분히 받는 방법은 소중한 존재들이 주는 사랑에 집중하는 게 비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런 순간들이 한 달에 한 번은 꼭 있을 수 있게 소중한 사람과 약속을 잡는다. 내가 사랑받는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 환경을 만든다. 그렇게 이제는 연식이 있는 오피스텔에 보일러를 돌려 온기를 불어넣는다.


작년 11월부터 한 달에 한번 본가에 내려가 엄마와 가족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두세 시간 동안 지지고 볶아 만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면서 소중한 존재들에게 주는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메모장에 굳이 한 줄을 적은 건 충분히 받는 사랑에 비해 내가 주는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도 사랑을 주고 싶다. 그래서 소중한 존재들의 방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 다음번에 엄마와 통화를 하면 꼭 답해드려야겠다. 

“나도 사랑해!”




끝.

작가의 이전글 퇴사하고 8개월이지나 깨달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