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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11. 2023

우주의 가능성을 지닌
우리의 삶을 사는 방법.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만 행복하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다 괜찮을 거야.” 이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알쓸인잡>을 보고, 친구를 만나 헤어질 결심을 듣고, 프리랜서 일이 뚝 끊긴 후 든 생각이었다.


<알쓸인잡> 4회를 보았다. 6명의 전문가가 ‘기적’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복권이 연속해서 5번 1등이 나올 가능성은? 아무도 없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확률은 매우 낮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게 내가 아니어서 그렇지.


화요일에는 영국에서 유학했을 때 만났던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와 점심을 먹었다. 홍콩에서 온 친구에게 짜장면과 짬뽕을 대접하고 서촌 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난 애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었다. 사랑하지만 나에게 독이 되어버린 관계를 끊어낼 결심을 하고 있었다. 헤어진다는데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친구가 헤어질 결심을 하며 흘린 눈물 때문이었다.


1월 1일부터 프리랜스 디자이너 일이 뚝 끊겼다. 크몽에서 문의도 들어오지 않고 당연히 수입이 일주일 넘게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하며 불안했다. 일없이 한주 한주 흘러가면 내 통장의 잔고가 바닥나버릴 게 보였다. 그래서 내 인건비를 내려서라도 의뢰를 따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 경험상 모든 인생은 우주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인생에 가능한 일이 몇조 몇억 몇만 개가 된다는 것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들은 그 숫자가 천문학적이어서 선택지가 있다고 해도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알 수도 없다. 물론 내가 선택한다고 해서 하늘 위 그 누군가가 허락해줄지, 아니면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을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은, 일상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나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앞에 소개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일들을 겪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일이 일상에 펼쳐졌다. 근데 막상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니 당장 눈앞에 있는 걱정이 작게 보였다. 우주의 가능성을 지닌 우리의 인생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먼지처럼. 그리고 쉽게 알아차렸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 내가 원하는 가능성에 노력해보면 된다고. 그러면 뒤돌아봤을 때 후회 없이 행복할 거라고. 설령 내가 노력한 가능성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 괜찮을 거라고.


내가 산 복권이 5번 연속 1등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나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복권으로 돈을 벌 생각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 돈으로 커피 한 잔 더 마시면서 글을 쓰고 싶다. 서촌 한 카페에서 눈물이 보인 친구는 나와 헤어질 때 하하하 웃으며 헤어졌고 오늘은 남이섬에 놀러 갔다. 부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즐겁게 한국을 즐겼으면 좋겠다. 프리랜서 일은 어제의 불안과 걱정이 우스울 정도로 오늘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내 일상에 일어난 대부분의 일들은 시간이 지나 해결되었거나 내가 해결했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갔다. 그렇게 과거가 되어 버리면 지금은 상관없는 우주의 먼지 같은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부디 그 먼지를 내 세상이라고 말하지 않기로 오늘도 말해본다.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 1등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일을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다 괜찮을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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