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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Feb 15. 2021

생일: 나만 온전히 사랑받는 날

오고 가는 선물 속에 싹트는 행복

오늘은 제가 세상 빛을 처음 본 날입니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발달 덕분에 여기저기서 생일 축하 인사를 받았습니다. 제 입으로 선전을 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이며, 페이스북이 알아서 알려주는 세상입니다.   

   

생일이라고 지인들이 ‘카톡 선물’을 보내주셨는데요.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부담입니다. 갚아야 할 ‘빚’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걸 굳이 ‘빚’이라고 여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당사자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커피나 케이크 교환권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면 말이죠. ‘정(情)’이나 ‘선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지인들 생일 잘 기억했다 베풀겠다로 정리하겠습니다.       


생일 축하 메시지와 카카오 선물 보내 주신 1만 2천 지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 생일을 열심히 챙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작 제 생일은 방학 중이라 ‘격한 축하’를 받긴 어려웠지만.

     

어머니께서 소고기 넣고 끓여준 미역국, 생일 때만 먹을 수 있는 생크림 케이크가 전부였지요. 그래도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은 매번 기다려질 만큼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마흔 줄에 접어들다 보니 나이 먹는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과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건강부터 인간관계까지 신경 쓸 게 한둘 아닙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왜?” “낳아 주셔서 고맙다고요. 아침에 전화한다는 걸 깜박했네요.” “아이고, 우리 효자 아들, 고맙네.”      

감동의 쓰나미가 가슴을 때리다 못해 후벼 팠던 딸아이의 생일 축하 편지입니다. ㅠ

퇴근 후 딸아이가 아빠 생일이라고 선물을 내밉니다. 정성껏 쓴 편지인데요. 보고 보고 또 봐도 심금을 울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 이 편지가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은 감동의 서사가 봇물 터지듯 밀려와 가슴을 타고 흘러넘칩니다. “술 많이 마셔서 책임질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하시죠. 밖에서 마시고 오셔도 밤을 새서라도 물어 볼꺼니까. 각, 오, 하, 세, 욧! 그럼 안녕히 계세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때론 축하를 받고, 때론 위로를 받으며 헤쳐나가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 길에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지인도 있는 겁니다.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릅니다.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외로울 때면 주변을 돌아보세요. 누군가 당신 곁에 서 있을 테니까요.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안이 됩니다. 저도 당신 곁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귀빠진 날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년 생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이선희 님이 부르는 <그중에 그대를 만나>입니다.

*영상출처: [MV] Lee Sun Hee(이선희) 그중에 그대를 만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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