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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Feb 21. 2021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100대다”

배구계 학폭 사태에서 우리가 배울 교훈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한 학년은 3반까지였고, 한 반 학생 수는 30명 정도였으며, 학년 당 전체 학생은 100명 남짓이었습니다. 몇 해 전,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학교 다닐 때 반에서 1등 못해본 애가 있었냐”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습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거기서 ‘1등 못해본 애’가 바로 저입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급 1등은 고사하고, 10등 안에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랬는지, 넉넉한 살림이 아님에도 시내에 있는 학원에 보냈습니다. 시골 학교에 학원이라곤 피아노 교습소가 전부였거든요. 혼자 버스를 타고 30분이 걸려 영어와 수학, 컴퓨터 학원을 다녔습니다.    


시내에 사는 또래 아이들은 서너 명씩 무리 지어 학원에 왔습니다. 저보다 좋은 옷을 입고, 운동화도 비싼 걸 신었습니다. 그들을 보며 ‘메이커’가 뭔지 알았습니다.      


그들은 저보다 공부도 훨씬 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겉모습은 번지르르한데, 성격이 고약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한 덩치’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명절마다 인사드리러 간 외가에서 민속장사 씨름대회를 보던 외할아버지께선 “너도 나중에 씨름 선수해라”를 덕담처럼 하셨습니다. 제가 다닌 학원 아이들도 몸집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번은 그중 한 녀석이 저를 으슥한 골목길로 부르더니 돈이 있으면 달라고 했습니다. 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놓으라는 윽박이었습니다. 주변에는 녀석을 따르던 패거리가 저를 에워쌌습니다.    

  

어머니는 조심성 없는 아들이 버스표를 잃어버릴 때를 대비해서 약간의 돈을 챙겨주시곤 했는데요. 주머니에는 천원짜리 두 장과 집에 갈 때 써야 할 버스표 한 장이 만져졌습니다. 저는 “버스표 한 장밖에 없는데”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랬더니 녀석은 “주머니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100대씩이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만 같은 녀석들을 보고 공포에 질렸습니다. 심장은 쿵쾅거렸고, 다리는 후들거렸습니다. 어떻게든 순간을 넘겨야 할 것 같은데, 도무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2천원을 10원으로 환산하면 몇 대를 맞아야 하나, 순순히 돈을 내줘야 하나.     

저는 그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 골목을 지나던 학년 위 형들이 제가 조리 돌림 직전에 처한 광경을 본 겁니다. 형들의 고함에 녀석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쳤습니다.    

  

형들은 저를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었고, 이후에도 호위무사처럼 저를 보호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협박했던 녀석들은 학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를 때리고, 돈을 빼앗다 경찰에 잡혀갔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최근 스포츠계가 ‘학폭’ 논란에 뒤숭숭합니다. 여자 배구선수에서 시작해 남자 선수로, 감독으로 이어지더니 야구 등 타 종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응당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이참에 실력 지상주의에 인성은 뒷전으로 밀리는 교육환경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배웠습니다. 1등과 금메달만 인정하는 사회가 바뀌지 않으니,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것 아닐까요. 10원에 100대를 맞을까 불안해 하던 30년 전이랑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윤미래가 부릅니다. <너의 얘길 들어줄게>     

*영상출처: 윤미래- 너의 얘길 들어줄게 - YouTube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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