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란 무엇인가

‘아빠’와 ‘아들’이란 무엇인가, 효도란 무엇인가

by 류재민

제100주년 어린이날. 아들에게 그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빵’을 선물했다. 후배 기자가 취재보다 더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슈퍼마켓 사장님이 쟁여두고 있던 빵 한 봉지를 구해다 줬다. 아들에게 “불로초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고오스(포켓몬 캐릭터)’를 얻었노라”라며 자랑스럽게 띠부씰(캐릭터 스티커)이 들어있는 빵을 하사했다.

다음 날, 빵은 녀석의 여친에게 안겼다. 알고 보니, 녀석의 여친이 띠부씰 모으기가 취미란다. 아, 어린이날이란 무엇인가. 포켓몬 빵은 또 무엇인가.


정작 녀석의 여친은 빵을 받고 그닥 감동적인 표정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했던 캐릭터가 아니어서일까? 그래도 시아버지가 내가 그걸 어떻게 구했는지도 모르고. 아, 아들의 여친이란 무엇인가.

불로초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 빵은, 다음 날 아들의 여친에게 갔다.

내일은 제50회 어버이날이다. 왜 어버이날은 어린이날의 반토막밖에 되지 않을까. 평소에도 자식새끼들 벌어먹이느라 고생하는데, 기념일마저 반세기나 늦게 생겼다니. 오호, 통재라.


더 웃픈 일도 있다. 지금의 어버이날은 ‘어머니의 날’이 시초였다. 지난 1955년 8월 국무회의에서 ‘어머니의 날’이 제정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1956년 5월 8일 ‘제1회 어머니의 날’ 행사가 열렸다.


아버지들은 어땠을까? 당연히 서운했을 터.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속으로 잘 삐치는 게 ‘조선의 아버지들’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1973년 ‘어머니의 날’을 ‘어버이날’로 바꾸면서 이 땅 아버지들의 어깨가 펴졌다.


어버이날 전야.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사 온 무알콜 맥주캔을 홀짝이던 무렵이었다. 초3 아들이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안주용으로 사 온 '깡 좋은 새우' 과자에 손을 댔다. 그러더니 나와 아내 눈치를 살살 보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빠, 어버이날 선물 지금 줄까?”

“아, 그래. 엄마 아빠 기분 괜찮을 때 주는 게 낫겠다.”


아들은 먼저 아내에게 ‘감사패’라고 찍힌 모형 패를 가져다주었다. 아내 눈에서 하트 방울이 소나기 퍼붓듯 쏟아져 내렸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이번에는 녀석이 방에 들어가더니 봉투 하나를 갖고 나오는 게 아닌가.

“아들, 돈도 없을 텐데 뭐 이런 걸...”


꺼내 보니 종이로 곱게 접은 카네이션 세 송이가 붙어 있는 카드가 나왔다. 1차 실망의 순간이었다. 그래도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이 카네이션 백만 송이 부럽지 않았다.


“아들, 벌써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여. 눈물 나려고 그러네.”


분명히 이 카드 안에는 녀석이 쓴 편지가 쓰여 있으리라. 자,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두근두근, 천천히 카드를 열어 젖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안에는 그냥 백지 뿐이었다. 헐.


노란색 용지에 개미 새끼 한 마리 까만 글씨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봉투 겉면에도 그 흔한 ‘사랑하는 아빠에게’ 아니, 사랑은 없어도 ‘아빠에게’조차 없는, 이 반전의 의미란 무엇인가.


아들이 말했다. “급히 메모가 필요하면 쓰시라고 메모장을 준비했습니다.” 아, 부모란 무엇인가. 자식이란 무엇인가.

아들이 준 봉투에는 노란 바탕색만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아, 어버이날이란 무엇인가.


시골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내일 점심에 갈게요. 식당 가서 식사하시죠?”
“뭣 하러. 식당 가봐야 먹을 것도 없다.”
“그럼 뭘 포장해 갈까요?”
“뭘 사와. 먹을 것도 없는디. 증 거시기하믄 가벼운 거나 가져오니라. ㅎㅎ”

아, 봉투란 무엇인가. 어버이날이란 무엇인가. 효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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