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도깨비를 만난 아이들 1
저녁을 먹고 나와 곧장 산으로 향했다. 왼손에는 사탕을 담은 플라스틱 통을 들었다. 오두막에 다다랐을 때, 도깨비가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마중 나온 거야?”
“응. 사탕 맛이 그리워서 말야.”
“하하. 내가 좀 늦었지? 집에 아내와 애들이 와서 저녁까지 먹고 오느라 늦었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내와 애들? 따로 살아? 가족은 원래 같이 사는 거 아닌가? 이혼했어?”
“그런 건 아니고. 가을에서 봄까지만이야. 그 계절이 가장 글이 잘 써지거든. 식구들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이해와 배려 덕분에 편히 와서 일도 하고 글도 쓰고 있어.”
“아내가 보살님이로군. 아이들도 천사들이고.”
“맞아. 전생에 내가 나라를 열두 번도 더 구했다고 생각해.”
내 말에 도깨비는 씩, 웃었다. 그때였다. 도깨비가 갑자기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댔다.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쉿! 가만히 있어 봐. 아래쪽에서 누가 올라 오는 것 같아.”
가만히 들어보니 정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둘 이상이었다. 도깨비는 재빨리 오두막으로 숨었다. 아래쪽을 쳐다보던 나도 긴장했는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길게 숨을 내쉬며 침착하려고 애썼다. 가까이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이쪽으로 갔는데. 그치, 누나?”
“그래. 이 근처 어디에서 사라졌어. 도대체 아빠는 어디로 간 거야.”
“혹시, 어디 숨어있다가 우릴 놀래 키려는 속셈은 아닐까?”
미리와 바리였다. 나는 풀숲에 숨어있다 산신령 목소리를 하며 “이놈들!”하고 아이들 앞에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아이들이 기겁했다.
“아유, 깜짝이야! 아빠, 깜짝 놀랐잖아요.”
자기들 앞에 나타난 사람이 산신령이나 귀신이 아닌 나라는 걸 확인한 녀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역시 긴장이 풀리며 혈색이 돌아왔다.
“여기는 왜 따라왔어. 아빠는 여기서 뭐 좀 해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하는데요?”
바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미리는 오두막 쪽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는 연장통 넣어두는 오두막이잖아요. 이 밤에 여기서 무슨 일을 한다는 거죠?”
“아, 그게..아빠가 얼마 전에 산 기계가 있는데 망가졌지 뭐야. 그래서 틈날 때마다 와서 여기서 고치는 중이야.”
아이들은 내 말이 곧이들리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기계인데 그래요. 우리도 들어가서 좀 볼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둘은 별안간 오두막으로 뛰어갔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도깨비는 오두막 안에서 나와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을 테고, 둔갑술로 아이들을 속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두 아이는 힘을 합해 오두막 손잡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오두막 안에서 기괴한 비명이 들렸다. 나는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고, 서둘러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헐레벌떡 달려와 문을 연 순간, 내 눈에는 황당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