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3. 꿈의 바닷길
천왕은 배가 들어오는 물때를 기다렸다.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친 끝에 한동안 배가 뜨지 못했다. 이번에 왜국에 가면 가마터로 쓸 만한 장소 몇 군데를 둘러볼 참이었다. 장천에서 기물을 만들어 왜국에 보내는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물건을 만드는 일이야 문제가 없었지만, 배에 실어 왜국으로 보내는 게 순탄치 않았다. 선적과 하역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별도로 선발해야 했고, 노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역권을 검사하는 장천만과 왜국 항구의 관리들에게도 친분 유지를 위해 얼마간의 돈을 쥐여주어야 했다.
게다가 파도가 높으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배가 뜨지 못했다. 그래서 천왕은 아예 왜국에 가마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 불필요한 품과 삯을 들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천왕은 도공 두 명과 함께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의 두 번째 왜국 방문길이었다.
장천만을 출발한 배는 닷새 만에 왜 항에 닿았다. 첫 뱃길 때는 사흘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파도가 높고, 물결이 세차기 이는 통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다행히 천왕은 이번에는 뱃멀미하지 않았다. 싸 가져간 밥과 찬도 배 안에서 먹을 정도로 편안했다. 반면 그를 따라나선 도공들은 처음 타 본 배 안에서 심한 뱃멀미를 했다. 그들이 뱃전을 부여잡고 고래고래 토악질하는 모습을 본 천왕은 몇 달 전 자신이 겪은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도 멀미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얼른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벌렁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멀리, 왜 항이 보였다. 항구에 도착한 천왕 일행은 국밥으로 요기를 마치고 가마소를 찾았다.
나카무라의 가마소는 활기가 넘쳤다. 천왕이 보내온 기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고관대작 집부터 기생들이 있는 유곽까지 그의 기물은 들어오기 무섭게 팔렸다. 사전 예약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나카무라는 매출이 늘어난 것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만만치 않았다. 기존에 가마터에서 만든 기물들이 팔려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잣거리 상인이나 서민들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신상품이 들어오면서 반토막 났다. 더구나 천왕이 완성품을 만들어 보내니 일꾼도 대폭 줄여야 했다. 나카무라가 그런 근심과 걱정을 하고 있을 즈음 천왕 일행이 가마터에 당도했다.
천왕은 나카무라의 안색부터 살폈다. 어딘가 그늘진 모습이 보였다. “나카무라상,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논의가 필요한 일이 생겨서 왔습니다.” 나카무라는 예고 없이 찾아온 천왕 일행이 당황스러웠다.
별채로 들어간 천왕 일행과 나카무라는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둥그렇게 마주 앉았다. 나카무라는 덕분에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천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천왕은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나카무라에게 인사했다. “덕분에 저희 장천 가마터에도 생기가 돌고, 활력이 생겼습니다.” 나카무라는 목례로 화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채 안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았고, 가마터에는 일행들이 가져온 장천의 기물들이 한쪽에 쌓였다. “오! 스고이, 스고이.” “기래이” 나카무라 가마소 도공들과 일꾼들이 자루에서 나오는 기물들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