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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Aug 22. 2023

이 죽일 놈의 글쓰기를 어찌할 것인가

브런치가 달아 준 배지, 이거 은근히 신경 쓰이네

브런치가 어느 날 내게 이상한 배지를 달아주었다. 이름하여 ‘스토리 크리에이터’.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브런치스토리와 티스토리에서 뚜렷한 주제로 우수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창작자’라고 한다. 전문성과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고 했다. 기자라는 전문성을 갖고, 빈둥대지 않으며, 자주 글을 올리는 성실한 작가라는 뜻 같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고 해석이다.    

 

요 ‘스토리 크리에이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있는데, 그중 나는 ‘글쓰기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됐다. 이 분야는 ‘도서·창작’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도서 ▲에세이 ▲창작 분야가 함께 속해 있다.


‘도서·창작’ 카테고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행·맛집 ▲리빙·스타일 ▲가족·연애 ▲직장·자기계발 ▲시사·지식 ▲엔터테인먼트 ▲취미·건강 등 천차만별이다. 일일이 세보지 않았지만, 분야별로 작가가 꽤꽤꽤 많다.     

브런치가 어느날 내게 '글쓰기 분야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아줬다.

혹자는 이런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강아지나 송아지나 다 창작자냐고. 그래, 그런 의구심도 가질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엔 그런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니. 근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게, 내가 속한 글쓰기 분야 크리에이터는 30명이 채 안 된다. 른 분야에 비해 희소성의 가치를 추구하나?


내 구독자는 150명이 살짝 넘는데,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만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나보다 구독자가 적은 작가는 딱 1명인데, 그걸로나마 다소 위안을. 에헷!    

 

요 ‘크리에이터’란 배지를 달면 좋은 게 뭐냐. 일단, 브런치 프로필에 배지가 노출된다. 이단, 카카오 주요 채널에 소개될 기회가 많아진다. 삼단, 창작 활동으로 수익을 얻고 독자와 특별하게 소통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건 ‘삼단’이..아니라 ‘이단’이다.      


나는 내 ‘주제’를 안다. 내 깜냥에 날고뛰는 작가들이랑 경쟁해서 ‘돈’을 벌 확률은 0.000000000000000000000001%도 안 된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내 여보도 알고, 옆집 영희와 철수도 알고,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알고,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알 게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브런치가 이 배지를 ‘꽁’으로 달아줄 리 없다. 통신사 놈들처럼 무제한 요금제처럼 혜택만 쏠 리 없다. 그들에겐 이것도 일종의 ‘장사’인데, 필시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다. 그 꿍꿍이가 뭔진 굳이 알고 싶진 않다. 때되면 알겠지!


다만, 지금처럼 부지런히 쓰지 않거나, 검은별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면 당장 저 배지를 떼다 다른 녀석에게 달아줄 게 뻔하다. 배지를 달고 싶어 안달하는 작가들은 차고 넘칠 테니.

이런 혜택을 공짜로 줄 리 없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확실하다. 그런데, 좀체 미련을 버릴 수 없으니, 이 죽일 놈의 글쓰기를 어쩌란 말인가.


까짓거 돈도 안 되는 배지, 개나 주라지. 흥칫뿡!!  이러고 싶기도 한데, 그러다가도 또 노트북 앞에 앉는 이유는 브런치가 던져 준 배지 때문이리라. 내가 가진 걸 뺏어다 남한테 준다는 건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일 게다.


요망한 브런치 것들은 요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 야밤에도 잠 못 이루고 글 하나를 뚝딱, 써서 올린다. 진정성이 없다고 박하게 굴지 말지어다. 나름 진지하게, 나름 위트있게 쓰려고 노오력했으니. 내 프로필에 달린 배지는 함부로 뗄 생각은 하지 말지어다. 내가 가진 배지에 욕심을 갖지도 말지어다. 천벌을 받을지어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벌써 두 권의 브런치북도 출품했다. 소설 하나 더 낼 요이다. 이 죽일 놈의 글쓰기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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