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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r 21. 2023

1인 기업의 생존전략

   사업을 시작한 지 17년째가 되었다.

   직원을 채용할 위기(?)가 수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어찌어찌 그 위기를 넘겨왔다. (위기라고 하는 이유는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내 성향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간단해지는지'를 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비용을 줄이는 것을 정말 재미있어한다. 세상 그 어떠한 게임보다 재미있다. (게임은 1도 하지 않지만)


   지금의 불필요한 점을 찾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낼 때 즐겁다. 도저히 더 이상의 효율성을 높이긴 어렵다고 하다가도 언젠가 또 개선이 되는 것을 보면 '방법은 있어. 지금 안 보일 뿐이야.'라고 당연히 생각할 지경이 되었다. (사실 그렇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반사고, '원래 다들 그렇게 해'의 근본 이유를 찾기도 하고 또 거기에 숨어 있는 무의미한 수고를 지워내기도 한다. 


   내 머리가 썩 좋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나는 종합적인 사고를 요구하거나 다양한 지식을 얼기설기 엮어야 하는 복잡한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뭐가 되었든 단순화시켜야 기억에 잘 남고 무엇보다 실행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복잡한 결론은 기억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마디로 뭔데?'로 최종 질문을 던진다.


   다행인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나의 실험은 가능하다. 바보 같은 실수, 쓸데없(어 보이)는 짓, 불필요한 지출(로 보이는 것), 당장 실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급한 성미 등 많은 것을 내 마음대로 저질러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부인님께서는 십수 년째 인내하고 계신다.)


   개선하고 싶은 것이 등장하면 나는 샤워할 때도 밥을 먹으면서도 운전을 하면서도 라디오를 들으면서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TV를 볼 때도 이렇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타이핑을 하는 순간에도 옆자리에서 수군대는 말에서도 힌트를 찾는다.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도 멀리서 보면 대부분 '결'이 비슷하기에, 서로 참고하고 응용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는 힌트가 널려있고, 그 힌트를 주워다 쓰면 된다.


   개선점을 찾으려는 나의 본능(?)은 세상에서 보고 들리는 모든 것을 대입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게 산다. 일에서도 그리고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1인 기업은 그렇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런 시간들이 지속되며 내가 약간은 괴짜가 되어가는 느낌도 있지만 뭐 어떤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여럿은 외롭지 않지만 자유가 없고, 혼자는 (가끔) 외롭긴 하지만, 자유가 많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기에 생각나는대로 바로바로 실행이 가능하다. 


   최근 근무시간을 더 줄이기로 했다.

   근무시간은 일평균 4시간 정도로 짧긴 하지만 워낙 단위 근무시간당 업무 강도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하다간 사업을 일찍 그만둘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일 평균 근무시간을 3시간대 초반으로 낮춘다면 매출 확대에는 제한을 받겠지만 '내 삶의 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의 질을 조금 더 높여서,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인다면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갑의 위치를 유지하고 가격 결정권도 여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 


   방법은 있다. 

   지금은 안 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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