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많고 성미 고약한 늙은이는 되고 싶지 않다.
ㅇㅇ정신건강의학과
6월 어느 날 오전으로 진료예약을 완료했다.
와이프의 권유를 시작으로 나의 오랜 고민 아니 오랜 주저함 끝에 드디어 진료예약을 실행했다.
나는 중년의 나이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예전보다 몸이 헐거워졌음을 느낀다. 가끔은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하고, 피로 회복도 더뎌지고, 역동적인 몸짓도 서서히 제약을 받아간다. 솔직히 노화의 영향이라기 보다, 자기 관리의 소홀함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이라도 관리한 만큼 챙길 수 있는 + 방향의 폭이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 기본값의 추세하락이라는 것은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꾸준히 잘 관리하고, 다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어떨까?
사실 좀 지쳐있다.
쉽게 신경이 예민해지고, 걱정이 깊어지고 그런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또 사람들을 찾아 시간을 보내며 내 마음을 모른척하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마지막으로 술도 끊고, 커피마저 중단하며 컨디션 관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던 그때가 바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쩍쩍 갈라진 강바닥에 건강관리라도 시작하니, 물이 조금씩 차올라 지금은 강은 아니라도 냇물정도의 수준은 올라온 것 같다.
물은 차올랐지만 수심은 여전히 얕은 느낌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조금 떨어지고, 신경이 다시 예민해질 때는 강바닥이 금세 드러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감정 필터링이 잘 안 된다. 어쩌면 그렇게 몸관리를 하는데도 밑바닥이 보이고 다시 갈라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살다 보면 멘탈을 조금씩 꺼내 써야 한다.
그런데 나의 멘탈의 수위가 낮다는 것이 문제다. 아마도 필요이상으로 많은 멘탈을 쓰는 습성(과잉사고, 불안, 걱정, 스트레스)이 근본적인 원인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가끔은 조금만 꺼내 써도 수시로 마이너스 잔고가 되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40만키로를 넘겨 달린 자동차 엔진처럼 출력이 떨어졌거나 이음매 어딘가에서 누유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제는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필요 이상의 멘탈 과소비 습관을 고치고 싶다.
그리고 인생의 남은 길을 즐겁게 달려가기 위한 정비의 필요성을 느낀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앞으로 100만키로 더 달릴 수 있는 다시 튼튼해진 마음으로 거듭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