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맛집 속으로
날씨가 걷기에 딱 좋다.
기온도 적당하고, 미세먼지도 없고, 꽃가루도 이제 다 날아가고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걷기 소모임을 만들었다. 정말 '소'모임이다. 멤버는 와이프와 나 둘 뿐이기 때문이다. ㅋㅋ
평일 오전 아침식사를 마치면 아이는 학교에 가고, 나는 서둘러 설거지를 시작한다. 저녁에 먹을 쌀을 씻어 불려 놓은 다음,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분리수거할 것들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선다. 종이와 플라스틱 그리고 비닐의 위치대로 휙휙 던져 넣고, 우리는 검색해 둔 맛집으로 출발한다.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며 걷는다.
어제 있었던 이야기, 자기가 본 뉴스 이야기, 일 이야기, 사람 이야기, 아들 이야기 등등이 오간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사실 맛집이라고 해봐야 그냥 점심 먹을 곳이다.
걸어서 40~5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주로 찾는다. 값이 저렴하고 평이 좋은 곳을 새로 찾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가다가 느낌이 좋은 곳을 발견하면 즉석에서 목적지를 바꾸기도 한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길이 즐겁고, 음식이 맛있어서 즐겁고, 먹고 바로 걷기 때문에 좋다. (식후 걷기는 혈당 상승폭을 낮춰준다.) 대략 10시 조금 넘어서부터 걸어서 집에 돌아오면 1시 전후가 되기 때문에 꽤 오래 걷는 편이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햇빛 보고 걸으면서 심신이 리프레쉬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오전에 햇빛을 보고 걸으면 밤에는 정말 눕자마자 '꽥'하고 잠든다.
숙면을 넘어 '쾌면'이다.
운동비용을 차라리 '걸어서 맛집 탐방'으로 돌리면, 맛있는 것도 먹고, 어차피 먹을 점심도 해결하고, 설거지 안 해도 되고, 운동도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즉시 보상(맛있는 음식)이 있기에 다음 날 동기부여도 잘 되고 그만큼 지속가능하기가 좋다.
그날 밥값은 '운동 1일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1일권 가격을 우리가 정할 수 있다. 갑자기 안 나가도 손해 보는 체육시설도 아니기 때문에 시간 약속과 위약금에서 자유롭다.
집에 설치된 철봉에서 매일 풀업 pull-up 4~5세트 상체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걸어서 맛집속으로' 작전에 하체운동과 정신건강을 맡기는 전략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헬스도 오래 했고, 요가도 4년 넘게 다녔다.
애써 운동해서 살도 빠지고, 근육도 커지면 좋다. 그런데 요즘에는 스트레스도 날리고, 실외활동으로 활력 올리고, 마음이 즐거운 것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요즘은 일도 잘 돼 가는 기분이다. 체중은 식단으로 잘 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