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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Sep 20. 2023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공하는 법

-10kg

   아침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서 요즘 이른 아침 달리기 하러 밖에 나오면 공기가 한결 더 시원하다. 천천히 걸으며 몸을 깨우고 맑은 아침 공기를 깊은 들숨으로 나의 폐 깊숙이 채울 때마다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기분이다.


   나는 열심히 달리지 않는다.

   대략 매일 아침 1.5킬로 정도를 걷고(내리막) 달리기(오르막)를 반복한다. 그것도 최대한 느리게 코로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의 달리기, 즉 느린 조깅(존투 트레이닝)을 한다. 어쩌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으면 약수터까지 달린다.



   사람들은 대개 기록 단축이나 더 먼 거리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던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기록을 깨거나 남들과 경쟁하듯 했던 일들은 하나같이 중간에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욕심은 싫증을 부르고, 부상을 일으켰다.

   욕심은 늘 내가 실제로 할 수 있거나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컨디션이나 기분이 좋을 때는 앞으로도 그 수준으로 운동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으레 열심히(힘들고 고통스럽게)해야만 할 것 같아 목표를 높게 설정한다.


   문제는 그렇게 설정한 목표는 컨디션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날에는 과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싫증이 나거나, 나에게 그 순간 맞지 않는 목표를 달성하느라 부상을 입는다. 그렇게 찾아오는 슬럼프를 견디지 못하고 머지않아 운동 자체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운동이 잘되는 날 목표를 잡지 않고 가장 별로일 때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낫다. 기분 좋을 때 할만한 수준이 100이라면 40~50 정도를 기본값으로 운동한다. 그러다 기분이 좋은 날 조금 더 한다는 관점이 좋다.


   최근에 거실에 있는 철봉을 잡기가 싫어졌다.

   내가 그동안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겨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풀업도 10개씩 4세트에서 1세트 줄여 3세트만 한다. 그렇게 하니 덜 지겹게 느껴지고 쉽게 철봉을 잡는다.


   아예 그만두느니 양을 줄이는 게 실리적이다.

   머지않아 컨디션 좋을 때 알아서 조금씩 늘리겠지 싶다. 그렇게 잔잔하게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아예 중단되는 것보다 분명 더 나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하는 운동의 기본값을 아주 보수적으로 조금씩 증가시키는 것이 운동을 이어나가는 방법이다.


   가늘더라도 길게 하면 총량은 어차피 늘어난다.


   대신 리서치를 좀 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한다.


1/ 오르막을 달리는 것으로 운동 효과를 더 키울 수 있고,


2/ 느리게 달리는 것으로 운동 부담은 줄이면서도 체력을 더 키울 수 있고(존투 트레이닝),


3/ 오르막은 달리기 자세를 잡기가 좋고 충격이 덜해 부상방지에 도움이 되며, (운동 중단 방지)


4/ 오르막은 달리고 내리막은 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달리기로 운동 효과를 높인다.


5/ 마지막으로, 달리기 그 자체로서도 명상효과가 있어 우울감 해소에 탁월하다.


6/  상체는 가슴, 등, 팔, 어깨 등 이것저것 하기 귀찮아서 상체를 한 번에 운동할 수 있는 풀업(턱걸이)을 한다. (풀업 밴드를 활용하면 쉽다.)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것을 짬뽕해서 최소한의 운동루틴을 만들었다. 힘들게 오래 달리기는 굵게(?)하다가 짧게 끝난다. 지겹든, 부상을 당하든 간에 말이다.


   그래도 그렇게 매일 달리기 하고, 매일 채소 샐러드와 벤나주스 챙겨 먹고 하는 등의 별일 아닌 사소한 루틴을 지키는 것만으로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총 10킬로그램을 감량했다.


-10kg

   확실히 체력도 좋아지고, 뱃속도 편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진료를 중단해도 된다 할 정도로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다. 이 정도면 성공했다. (요즘 와이프도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별로 일 때도 있다.

   상황이 좋을 때도 있고,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인생의 작은 파동 아래에 원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해 보면 어떨까 싶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잔잔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실행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인 듯하다. 그렇게 가늘고 길게 가도 된다.


   우리는 유혹에 약하고, 자기 합리화에 강한 인간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뭘 열심히 하란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이 아이의 하루하루의 가장 낮은 파동 아래의 '할 수 있는 양'만 꾸준히 이어나가게 한다. 그게 운동이든 공부든 다 그렇다.


   그저 잔잔하게라도 꾸준하게만 하면 된다.

   선순환이 자동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손을 살짝 놔줄 것이다. 그러다가 언젠가 본인이 내키면 스스로 더 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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