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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Sep 23. 2023

카페인 신데렐라

뜨죽뜨

   신데렐라는 밤 12시까지만 놀고 집에 가야 한다.

   12시가 넘어가면 난처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비슷하게도 나는 낮 12시까지 커피를 마시고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12시가 넘어가면 카페인이 분해되는 시간 때문에 이른 밤에 잠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를 끊은 지 4~5년 만에 다시 마신다.

   커피가 너무 간절해서 다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커피 대신에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과자에 자꾸 손이 가기도 했고, 커피숍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본래 단음료(청류, 시럽)와 플라스틱 티백차(풍부한 미세 플라스틱), 그리고 아이스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예전에도 항상 뜨거운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뜨거워 죽어도 뜨거운 아메리카노)


   그래서 커피숍에 갈 때마다 메뉴판을 연구해야 했다.

   이거 빼고 저거 빼면 마실 게 없었다. 진짜 마실 게 없어서 커피숍 사장 눈치 보며 '저는 물 한잔' 또는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주문하고 앉아있던 적도 있다. 또 그러다가 디카페인 커피와 홍차 중에서 갈팡질팡하기를 몇 년이었다. (물론 디카페인 커피에도 1% 내외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지만 차류에 비해선 훨씬 적다.)


   그리고 자신감도 있었다.

   카페인이 사라지는 12시간 여를 계산해서 오전에만 마실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숙면의 장점과 중요성을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간단하다.

   신용카드 같은 오후의 커피 한잔만 피하면 된다. 나는 커피를 끊고 나서야 늦은 저녁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잘 잔다는 것이 대단한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오후에 마신 커피 한잔으로 늦게 잠들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고, 그렇게 생긴 다음날 오후의 몰려드는 피로를 커피로 훔쳐낸다. 그리고 또 쉽게 또는 깊이 잠들지 못하고 그다음 날 또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피로를 감춘다.


   그렇게 오후의 커피로 일단 오늘의 피로를 지우기 시작하면 계속 '수면 부채'를 가지고 살게 된다. 그 오후의 피로회복(?) 커피 같은 신용카드 때문에 매달 부채를 떠안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그 한 번의 고리만 끊으면 오늘 체력으로 오늘을 살고, 이 달 월급으로 온전히 한 달을 살 수 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나는 신용카드가 없다.

   가정 내에도 신용카드가 없고, 회사를 운영하지만 회사 신용카드도 없다. 모두 체크카드만 쓴다. 대신 돈 저수지가 고일 때까지 절약하며 더 벌며 기다린다. 그리고 그 저수지 수위를 봐가며 쓴다.


   모닝커피를 맛있게 즐기고 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담아 커피를 추출한다. 다행히(?) 오후 1시~2시에 커피를 마셨다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한 적이 있어 오후 커피는 손이 가지 않는다. 대신 늦은 오후에는 디카페인 커피로 입의 심심함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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