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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24. 2022

커피 안 마셔도 살 수 있어요.

커피끊기, 금커, 숙면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아마도 끊은지는 4~5년이 되었을 것이다. 와이프는 여전히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아침식사 준비할 때 커피 내리는 것은 잊지 않는다.


   커피 원두를 꺼내기 위해 찬장을 열면 가둬져 있던 커피 향기가 내 얼굴로 쏟아져 내린다. 커피의 향은 여전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커피를 멀리하는 이유는 잠 때문이다.


   이제는 밤 10~11시만 되면 잠이 몰려온다.

   커피를 끊은 이후부터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지 않는다. 바로 잠들고 깊이 잔다. 그래서인지 5시 반쯤 늦어도 6시면 눈이 슥 떠진다. 수면의 질이 좋아지니 밤새 충분히 회복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에 이유 없이 피로가 몰려오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물론 무리해서 피곤해지면 커피로 마취시키지 않고, 그날은 일찍 자는 것을 선택한다. 선순환이다.


   카페인은 몸에서 사라지는데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오전에만 마시는 것이 좋다는데,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점심 먹으면 한잔 더 마시고 싶어 지고, 어쩌다 사람 만나면 또 한잔 마시는 것이 커피다.


   커피를 오후에도 마시다 보면 밤에 늦게 자거나 일찍 자도 깊이 잠들지 못한다. 다음 날 아침에 피로가 가시지 않거나 잠이 잘 깨지 않는다. 또 오후 어느 시점이 되면 급 피로해지고, 커피로 피로를 잠시 지우게 된다. 악순환이다.


그렇게 커피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된다.


   마치 신용카드로 다음 달 월급(내일의 체력)을 미리 당겨 쓰는 것처럼 말이다. 또 늘 돈(잠)이 늘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밤 9시에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잠을 잘 잤(다고 생각했)다. 20년 커피를 마셔왔던 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를 끊고 며칠 지나고 나서야 몸으로 느꼈다. 이른 밤에 잠이 쏟아지는 이 기분, 고요한 새벽에 눈뜨자마자 맑은 정신이 되는 이 기분을 커피 마시는 즐거움과는 비교불가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커피에 돈도 참 많이 썼다.

   아침에 모닝커피를 내려 마시고도, 출근하고 하루에 1~2잔의 아메리카노는 거의 매일 사서 마셨으니 돈으로 환산하면 평균 6~7천 원의 돈을 매일 쓴 셈이다. 매월 20만 원 정도의 돈이 통장에서 인출되었다. (그 돈을 차라리 커피를 마셔온 기간만큼 스타벅스 주식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나는 20년 마신 커피와 이별했다.

   덕분에 이제는 잠도 잘 자고, 피곤하지 않으니 커피를 찾지 않는다. 그렇게 통장에서 새 나가는 구멍 하나를 막아서 돈이 아껴지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아낀 돈은 매달 주식 사모으는데 쓴다. 오늘은 드디어 주식 사는 날이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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