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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02. 2023

마음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마음의 노후준비, 정신건강의학과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브런치에도 내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이보다도 더한 민낯을 보이거나 사람을 대면하여 말한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어딘가 속이 시원하고 어딘가는 불편한 두 마음이 공존한다. 앞으로 진료를 계속하면서 더 드러내야 하겠지만 말이다.


   두서없이 내 과거의 사건들만 열거하고 나온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사건들만 언급했지 그 사건들에 따른 내 감정을 나타내지는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뜨끔했다.


   과거의 과거에 대한 일들을 입 밖으로 꺼내고 그 말을 내 귀로 듣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기억과 생각들이 속에 있을 때와 입 밖으로 나왔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한 발짝 멀리서 보는 느낌이랄까? 내 얼굴에 묻어있는 것을 거울로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만지면서 느끼면서 상상하는 것과 거울에 비춰보는 것은 꽤 달랐다.


   그렇게 거울을 보고(진료를 보고) 나온 뒤로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처음에는 '괜히 다녀왔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의 결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낀다.


   나의 어두운 과거의 기억이 있고 '그것 때문에 지금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모호함에서 벗어나 '그래서 그 일로 인해 나는 그때 어떤 감정을 겪었는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의 나, 대학에서의 나, 사회 초년생에서의 나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의 나의 어두운 순간들에서 피어났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기억이 나고 있다.


   다음 진료시간에는 그때그때의 일들과 그때의 내 기억들과 감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그때의 내 기억들과 감정들을 되짚으며 찬찬히 기록을 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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