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캠핑
그냥 보내기 아쉬운 가을이다.
기온도 적당하고, 습도 역시 괜찮으며, 미세먼지도 없다. 이런 주말에는 집에만 있으면 최소 집행유예다. 그래서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서둘러 도시락을 싼다.
얼려둔 밥 2개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김치를 유리 용기에 담는다. 가을 야유회 계획을 전날 세웠으므로 새벽배송으로 육개장을 주문해 두었다. 면을 잘 먹지는 않지만, 밖에서는 사발면은 필수다. 보온병에 물을 끓여 가득 담는다.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 수저도 있지만 지양한다.
그건 정말 필요할 때만 쓸 생각이다. 집에서 쓰는 수저 그대로 챙긴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종이 핸드타월 몇 장을 챙긴다. 그대로 쓰면 화장지, 물에 적시면 물티슈가 된다. (우리 집은 물티슈를 쓰지 않는다.)
칭다오 보냉백은 예전에 동네 단골 반찬가게 사장님이 준 것이다. 쓸만하기에 굳이 새로 살 필요는 없어서 여름에 반찬 사러 갈 때나 이렇게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쓴다. 아이스팩은 물론 택배에 딸려온 것을 얼려두었다 쓴다.
커피는 알커피다.
와이프와 같이 마실 것이기 때문에 2 티스푼을 텀블러 하나에 담는다. 점심 식사하고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커피를 타서 마실 예정이다.
샐러드를 박스로 주문하면 대형 보냉포장에 싸여 온다. 끈끈이가 붙어있는 부분을 깔끔하게 잘라내고, 겉과 속에 물기를 잘 닦아낸 다음, 반으로 자르면 이렇게 훌륭한 1인용 방석이 된다. 야외에서 차가운 바닥에 앉을 때 냉기와 습기를 막아주는데 딱이다. 매트를 살 필요가 없다.
단출하다.
집에서 먹는 잡곡밥과 김치 그리고 사발면이다. ㅋㅋㅋ 메뉴는 소박해도 바깥공기랑 같이 먹으면 뭐든 맛있다. 밥을 먹는 아들의 얼굴이 이쁘다. 아들은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쌓여있던 간식거리를 다 가지고 나왔다.
가만 보면 다 누가 준 것들이다. 간식거리를 먹으며 아들은 우유 마시고, 와이프와 나는 알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코는 시원한 숲 공기를 입은 따뜻한 커피를 들이마신다. 극락이다.
캠핑이 뭐 별거냐.
밖에서 밥 먹고, 웃으면 그게 캠핑이지.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