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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18. 2023

드림카를 2대 샀다.

   하늘 높이 낭창낭창 흔들리는 높고 긴 안테나.

   카폰이 달린 각그랜저를 바라보는 일곱 살 나의 눈은 반짝였다. 그때는 드림카란 표현을 몰랐지만, 나도 커서 삼촌처럼 저런 멋진 차를 꼭 타야겠다고 다짐했다.


   20년이 지나 신입사원 시절 신호대기 중인 에쿠스를 보고 나는 삼촌의 각그랜저가 떠올랐다. 그리고 폰을 꺼내 사진을 재빨리 찍어 두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나의 드림카를 갖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2005년 3월 9일


   "나는 저 차를 살 거야."

   "그리고 저런 차를 탈만한 멋진 사업가가 될 거야."


   그때 나는 이런 다짐을 한번 더 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나고, 나는 그때의 각그랜저, 그때의 에쿠스 정도의 차인 제네시스를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제네시스를 한 대 더 샀다. (현재 9만 킬로, 12만 킬로를 달리고 있다.)


   원하던 것을 이룬다는 것,

   좋다.


   목표한 일을 달성한 것,

   역시 좋다.


   욕망하던 것을 손에 넣는 것,

   물론 좋다.


   이루고, 달성하고, 손에 넣는 그 순간부터 그 기쁨, 즐거움, 쾌감이 지속될 것 같았지만, 단지 하나의 점을 찍었을 뿐이었다.


   물론 원하고, 목표하고, 욕망하는 대상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제 기능과 역할을 한다. 내 삶을 풍요롭고 더 편리하게 해 준다. 문제는 이 '수단'이 욕심을 등에 업고 자꾸 삶의 최우선순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정현채 서울대 명예교수님은 자신의 암투병을 계기로 국제학술지 논문 수록, 프로젝트 연구비 마련 등의 일과 업적지향을 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완치되었고, 2년 일찍 명퇴하여 이제는 자신과 가족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2005년 5월 12일 교보타워


   "회사 이름이나 대문짝 만하게 걸어놓을 자리에 저런 글을 써놓는다고? 사장이 낭만이 있네."


   외근 나왔다가 우연히 찍은 사진이다.

   스물일곱이었던 나에게 이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던 같다. 십수 년 만에 다시 찾아본 사진이다.


   모든 순간이 다 꽃봉오리란 그 말.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5년 뒤 완전한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노동에서의 해방, 그리고 무한한 경제적 시간적 자유가 얻어질 것 같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점일 것이다. 그걸 이뤘다 해도 나의 시간은 또 5~6년이 흘렀을 테고, 낯선 50대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원하는 방향을 가끔 쳐다보되, 돌아올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저 오늘 하루 잘 보내는 것. 그러기 위해 이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요즘이다.


   기억하자.

   더 열심히 이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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