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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23. 2023

은퇴하려는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은퇴하지 않을 이유도 찾은 것 같다.

   도대체 나는 왜 은퇴를 바라게 된 걸까?

   무슨 이유로 나는 이른 나이에 은퇴를 염두에 두고 살고 있는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분명 내 과거의 경험들과 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서 출발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어떤 경험들을 해왔고,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인 걸까?


   사업은 WTF(What the fuck) Zone에서 Learning Zone을 거쳐 어느새 Comfort Zone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여전히 Learning Zone에 있는데 Comfort Zone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 게다.)


   WTF Zone 은 힘들었다.

   시작한 사업은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수단이었고 절박했기에 효율을 따질 것 없이 일단 몸을 갈아 넣으며 일을 했다. (이제와 보면 내 시간과 에너지가 매출에 정비례하는 구조였던 그때는 이름만 사업일 뿐이었다.)


   다행히 중간에 시스템을 도입하고 계속된 최적화 시도를 통해 이제는 하루 4시간 정도 일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코스트(Coast) 파이어족이라 부르며, 이것이 주는 여유에 한동안 젖어 살아온 것 같다.


   물론 이런 여유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최근 1~2년이 되기도 했다. 아마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적화 작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저렇게 투입과 산출이 정비례하는 구조로만 살았을 것이다.


   "너는 결혼 같은 거 하지 마."

   결혼 생활이 힘들었던 부모는 실패와 상처의 원인은 다른데 있지만 대상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나도 낡은 사업 방식과 태도가 원인이었는데, '일은 하기 싫고 힘들다'는 감정에 휩싸여 일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파이어나 은퇴라는 명목으로 삶의 의욕이 꺾인 것을 숨기는 건 아닐까???




   실리콘 밸리 IT 기업 사람들의 인터뷰를 봤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열고, 소통하고, 배우고, 같이 성장했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경험'을 버는데 더 집중하고, 그렇게 성장하고, '그래서' 더 큰 과실을 얻는다.


   혼자 낑낑대며 만든 결과를 짠 하고 가져오는 사람들(주로 한국인)은 환영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함으로 치부된다고 한다. 그쪽 사람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열고 협력해서 빠르게 더 나은 결과물을 합작한다. 그러면서 함께 성장하는 쪽을 선택한다.


   나는 1인 기업으로 혼자 일하면서, 작은 우물에서 너무 오래 갇혀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타인에게 생각을 열 기회가 많지 않고, 그러니 배우는 것도 적고, 그렇다고 잘 소통하지도 않으니 나는 언제나 우물 안이었다. 그래서 드림카나 사고, 이른 은퇴나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오래전 읽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생각났다.


   '나의 치즈(자산)는 어차피 조금씩 증식하기 때문에 늙어 죽을 때까지 증량분 보다 적게 핥아먹으면서(4% 룰)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언젠가는 그런 때가 올 것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이렇게 인생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들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생겨난 변화다.)


   그리고 와이프와 아들에게 비칠 내 경험(세상)이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했다.


   이제는 새로운 치즈를 찾으러 삶을 헤쳐나가는 경험이 진짜 치즈이며 진짜 자산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런 과정을 즐겁고 재미있게 경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언젠가 아이도 자신의 치즈 찾기를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동안 비슷한 경험만 반복하며 살아왔더니, 선뜻 가지 못하는 곳들이 점점 더 넓어지는 것만 같다. 마치 점점 작아지는 빙하에 갇힌 북극곰처럼 말이다. (이제는 이 빙하가 더 작아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마침 "가진 것을 포기하고 불확실성에 뛰어드는 게 아닌, 가진 것을 새로운 기회와 교환한다"는 어느 개발자의 관점과 지혜가 내 가슴에 꽂혔다.


   또 내가 와이프에게 청혼할 때 했던 말처럼, '옳거나 그른 선택이 아닌, 옳은 선택이 될 수 있게 노력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옛 기억도 되새긴다.


   이제는 '어떤 경험을 쌓으며 살아갈지'를 중심에 두고 살아보려 한다. 단순히 '먹고사니즘'에서 한 차원 더 올라서야 할 시점이고, 그렇게 더 높아진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겠다. 특히 실패가 대상 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로 흘러가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겠다.


   시간은 언제나 유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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