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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Dec 09. 2023

은퇴예정자의 드림카

두 다리를 어디서 뻗을 것인가

   출근 30분, 퇴근 30분.

   요즘 차를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1시간 남짓이다. 마음 같아선 버스를 타고 다니고 싶지만, 버스는 가다 서다 돌고 돌아가기 때문에 하루 2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정류장에서 집까지 도보시간을 한번 더 따져보면 출퇴근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3시간에 가까워진다.


   차를 운전하는 이유에는 이동의 편리함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차가 필요하다. (중학생 아들은 입시학원을 다니지 않기에 저녁에는 늘 집에 있다.)



   은퇴하면 멀리 이동할 일이 줄고, 시간이 많기에 웬만해선 미리 나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동 비용도 차를 소유하는 것에 비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서 얻는 운동효과는 덤이다. (요즘에도 시간이 있는 낮에는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다닌다.)


   차를 타고 다니면 기름값, 보험료, 자동차세 그리고 차량의 감가상각과 갑작스러운 수십만 원 이상의 이벤트성 수리비용도 발생한다. 계산해 보니 내 차 한 대로만 일 년에 기름값, 보험료, 기본 정비비용 그리고 자동차세 등으로만 최소 4백만 원 이상 드는 것 같다.


   앞으로 5년 더 타면 이것만 2000만 원이다.

   지금은 일을 하고 있어서 이런 비용들이 감당 가능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살아야 할 시점에는 이런 비용도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그래서 은퇴하면 지금 내 차는 처분할 것이다.

   그래도 차가 꼭 필요한 상황(대중교통의 파업 등)을 대비해 1대는 남겨놓으려 한다. 현재 와이프 차도 만 8년(9만 킬로)이 되었기에 이것도 어느 시점에는 더 오래 탈지, 유지비 적게 드는 차로 바꿀지를 다시 따져봐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운전대를 완전히 놓을 노년에는 이런 대중교통 같은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그래서 이동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한 도심에 기대어 사는 게 실리적일 것 같다.


   Bus Metro Walk 그리고 급할 땐 Taxi


   줄여서 BMW TAXI


   BMW 택시가 앞으로 나의 드림카다.ㅋㅋ 그래서 걷고 달리기에 좋은 "유행지나 인기 없는 감가가 많이 된 재고정리" 운동화 한 켤레면 은퇴 이후 이동 계획은 완성된다.


나에게 신상이나 유행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59,900원 나이키 런닝화는 그저 개꿀이다.

   BMW 택시는 소유하지 않고 사용료만 내면 된다. 소유에 따른 감가상각도 없고 세금과 보험료도 없으며 건보료 책정에도 잡히지 않는다. 자기들이 알아서 정비도 하니 내가 신경 쓸 일이 없다.


   심지어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이 뭐 별 건가, 내가 운전 안 해도 목적지에 가면 그게 자율주행이지.


   크고 좋은 차에서 두 다리 쭉 뻗는 거 해봤다.

   이제는 돈 걱정 없이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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