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뉴진스 되는 법
2023이라는 숫자가 익숙해질 만하니까 2024에 적응해야 한다. 사실 작년에도 연월일시를 쓸 때마다 2022인지 2023인지가 간혹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또 2024를 '기억'해야 한다. 젠장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46이라니, 조만간 낼모레 50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 시작할 것 만 같다.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은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어떤 100세 노인이 아직 마음은 스물둘이라고 하던데, 마음은 그대로 몸만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또 그 몸을 가지고 사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며칠 미세먼지가 심하고 발바닥 치료를 하느라 뛰질 못했다. 오늘 오후에 날이 조금 추웠지만 한바탕 달리고 들어왔더니 답답했던 호흡이 터져 조금 살 것 같다. 달리면서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목과 폐 사이에 막혔던 통로를 말끔히 청소해 주는 기분이다.
달리고 나면 올라오는 그 짜릿함이 있다. 달리기가 왜 좋아졌을까?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미쳤다고 달리기를 하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달리지 않으면 갑갑하다. 마치 산책 못 나가 아파트 안에서 찌릉대는 개처럼 스트레스 쌓여가는 신세 같기도 하다.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누가 친절하다는 걸까? 아파트 주민이? 관리소 직원이? 아 입주자 대표회의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건가? 그게 누구든 그 사람들이 친절한지는 뭘로 측정을 한 거지? 그런데 누가 이 상을 준 걸까? 무슨 기준으로? 그리고 저런 걸 붙여서 얻는 게 뭘까? 아파트 값이 올라가나? 나로서는 알 수 없는(말 같지도 않은) 플래카드였다.
껄껄, 그래 보아하니 중학생 같은데 너도 고생이 많다. 얼마나 매일이 힘들면 저런 책을 읽겠니? 아파트 라인에 영어과외방이 있어서 중고생 출입이 많은데 어떤 녀석이 이걸 두고 간(떨어뜨리고 간) 모양이다. 열심히 사는데 눈물 나는 건 나이 먹어서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너 수학 문제 푸는 거 보니까 눈물 나게 생겼다. 아 근데 왜 제목이 눈물 나게 웃긴 거냐. (아, 낙엽이 저렇게 올려져 있던 것은 주작이 아니다.)
이번 주는 병원 투어 한주다. 대학병원에 두 번 가야 하고, 치과에도 가야 한다. 아니 글쎄 어금니가 깨졌는데 치과의사하는 선배형이 속까지 금이갔다면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십도 안되었는데 임플란트라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렇잖아도 와이프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은퇴 자금에 우리 둘의 임플란트 자금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매일매일 치실로 치간을 긁어내고 칫솔질도 정석대로 하는데, 태생이 치아가 약한 스타일이라 이거 뭐 일찌감치 마음의 준비를 이제 시작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들은 자러 들어갔고, 와이프는 폰을 본다. 아, 와이프에게 지난 1년의 성과급을 드렸다. 그것은 피부관리다.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는다. 덴서티 600샷에 리니어펌을 추가로 받는단다. 상담받으러 같이 갔는데 실장의 혀놀림이 상당했다.
복잡한 시술표 구성에서 일단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이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고, '효과를 제대로 보시려면' 추가로 이렇게 300샷을 더 하는 게 어쩌고 하는데 아무래도 영업질이 보통이 아니다. 나 먼저 일정이 있어 나가려는데 금액이 자꾸 인상되는 방향으로 유도되는 것 같아서 '이상한 금액 결제되면 바로 카드사에 신고해서 결제취소할 거라고 허공에 견제구를 날렸더니 살짝 실장의 눈이 흔들리기도 했다.
'남편 분이 장난꾸러기시네요.'라는 실장의 멀쓱한 말에 와이프는 '저 사람 진짜예요'라고 답을 했다. 팔려는 자와 적당선에서 끊으려는 자, 시술을 원하는 자의 삼파전이었다. 어쨌든 결제가 되었고, 와이프는 이번 주에 시술을 받으러 가신다. 좋아한다. 하긴 여자의 자존감에 피부가 한몫을 한다. 그게 삶의 만족과 삶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면 해드려야지. 올해도 잘 벌어서 연말에 또 해드려야겠다.
어 맞다. 얼마 전 하루 만에 뉴진스 되는 법을 안다는 미용실도 있었는데, 피부과 말고 거기를 갔어야 했나? 그나저나 저게 사실이면 와이프뿐만 아니라 엄마와 형수에게도 소개해줘야겠다. 40대 70대로 구성된 뉴진스다.
최근에 썼던 글 4개를 지워버렸다. 말 같지도 않은 글을 억지로 착즙 해서 쓰는 것 같았고, 인기 얻고 싶어서 아니 호감 얻고 싶어 고고한 척하는 내 꼴도 별로고, 이게 뭐 대수라고 쓸데없이 남의 눈 의식해서 쓰나 싶었다. 쓰면 쓰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그냥 쓰자. 일상을 그냥 쓰면서 내 마음의 치유, 내 생활의 정리를 쓰는 거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써재끼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