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아마도 노년에 접어들면 일찌감치 실버타운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때가 되면 노인인구가 많은 시기라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주거 방식이 생겨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으로 와이프와 나는 노년에는 밥 나오고 청소해 주는 그런 실버타운 같은 시설에서 살 생각이다.
어느 의사가 말하길, 노년에는 영양 불균형 때문에 노화가 가속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에이 밥맛도 없는데 물 말아서 대충 때워야지'라던가, '입맛이 없어서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찾는 것'도 노화를 가속하는 상당한 요인이란다.
그런 영양의 불균형에서 오는 노화는 사람들이 의외로 생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의사가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며 관찰했다던데,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그래서 때가 되면 일찌감치 이런 균형잡힌 식사를 관리받을 수 있는 서비스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싶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받으며 살기 위해서는 꾸준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은퇴 자산의 1번도 현금흐름이고, 2번도 현금흐름이라고 우리 부부는 입을 모은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투자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이런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기에 부동산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도 아파트를 매수하기가 꺼려진다. 사업을 하고 있기에 언제든 수입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고, 이제는 나이가 있기에 대출기간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많은 부동산을 받아줄 MZ나 알파 세대들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현실만 봐도 부동산의 미래 특히 아파트의 장기적인 자산가치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 한 채를 평생 갚다가 졸업장처럼 쥐고 은퇴했는데, 그게 자산가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깜깜하다.
처분도 어려운 아파트 하나에 현금흐름이 말라 있으면 어떻게 하나. 수중에 돈도 없는데 아파트는 채소도 못 길러 먹는다. 땅이라도 있으면 채소랑 달걀이라도 어떻게든 자급자족이라도 하지.
한 가지 더 드는 생각은 앞으로 지어지는 신축은 부실공사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그 기술을 넘겨받을 한국인들은 줄고, 대신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비숙련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는 건설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부실공사의 흔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4년여 된 신축 브랜드 아파트이지만 누수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먼저 살던 30년 된 아파트도 누수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여긴 신축인데도 그렇다. 3년 차 살고 있는데 벌써 3번째 외벽 누수이고, 이번에 주방에서 또 누수다. 외벽누수는 근본적 해결도 안 되어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짜 내 소유가 아니라 다행이다.
이런 것에 전 재산에 대출까지 받아 몰빵 하는 것에는 회의감이 든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 요즘 생각으로는 와이프와 나는 50~60대 정도는 도심과 가까운 땅에 모듈주택을 지어 아니 사다가 살고, 때가 되어 실버타운 가기 전에는 모듈주택을 간단히 처분하고 땅만 남겨두거나 팔고 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빈집에도 세금을 붙인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면서 현금흐름 잘 관리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실버타운 들어가는 거다.
땅 보러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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