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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21. 2022

삭발 완료

6mm

   20mm에서 18, 15, 12, 9를 거쳐 드디어 내일이면 6mm가 될 것이다. 9mm까지는 이발기로 머리를 밀고, 옆과 뒷머리는 스포츠머리처럼 짧게 다듬는 과정을 거치지만, 6mm는 옆과 뒤도 동일하게 6mm로 밀고 맨 아랫부분 라인만 잡아주면 된단다. 지난번에 미용실 원장님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 방식의 머리가 마음에 들고 따라 하기 쉽다면, 바로 이발기를 구입할 생각이다. 몇 달치 이발비면 이발기 쓸만한 것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9mm로 다니는 입장에서 느끼고 있는 점은 정말 편하다는 것이다. 신경 쓸게 없다. 머리를 감고(아니 씻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기도 한데) 금방 말릴 수 있고, 스타일링 필요 없다. 모자를 써도 머리가 흐트러질 것이 없다. 잠깐 누웠다 일어나도 눕지 않은 척 시치미를 뗄 수 있다.



   옷을 신경 쓰지 않고자 하는 것처럼 이제 머리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머리를 말리고 정리하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게다가 어떤 미용실을 가더라도 누구에게 깎더라도 일정한 헤어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장점이 많아서 나는 만족을 하고 있다.


   사실 삭발이라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헤어스타일이다. 처음 20mm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짧아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상상하면서, 조금 주저하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그나마의 머리빨도 없애버렸으니, 순전히 얼굴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데, 나는 뭐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았다.


   삭발은 일반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소수의 길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데,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 때문에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이렇게 삭발하고 지내는 요즘 마음은 자유롭고 평안하다.


   나는 살아오면서 타인을 의식하느라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던 것들에 후회를 많이 했다. 40대가 되고 나서는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자'는 다짐을 자주 한다. 삭발도 그런 바탕에서 그냥 해버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삭발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그래서 삭발은 내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나에게 원래 이렇게 머리가 짧았었냐고 묻긴 하지만 그다음에는 지금 내 모습이 그들에게 기본값으로 저장되고 있다. 역시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막상 해버리면 별 것 아니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중이다.


   와이프에게 물었다.

   "내일 드디어 6mm인데 어떨까요?"


   와이프가 말한다.

   "6mm와 9mm의 차이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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