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달리기, 계단오르기, 플랭크
오늘도 아침 5시 반쯤 눈이 떠졌다.
사실 5시부터 눈을 떴다 감았다 했다. 얼마 전부터 무슨 이유인지 아침잠이 줄었다. 책을 조금 읽다가 조용히 산책과 운동을 하러 나가는 것이 요즘 나의 새 루틴이 되었다. 뇌가 자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인지 책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잘 읽힌다.
물 한잔 마시고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 밖을 나선다. 5월인데도 아침 기온은 12도~13도로 조금 쌀쌀하다. 사람이 거의 없다. 천천히 아파트 둘레(1.4km)를 걷는다. 이른 아침이라 바로 달리지는 않고 한 바퀴 먼저 걷는다. 다 걸으면 나의 언덕 달리기 코스를 3번 달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아침 새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서 한 바퀴 더 걸었다. 이제는 12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일은 일상이 되어서인지 무의식으로 걷다가 문득 층수를 확인하면 벌써 9층을 넘기고 있다. 이렇게 공짜로 효과 좋은 운동을 할 수 있어서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집에 돌아오면 아들은 자기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고, 와이프는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원래는 내가 주로 아침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했는데, 내가 밖에 나가서 늦게(?) 들어오니 아침 식사준비가 와이프에게 자동으로 토스가 되었다. 나의 새 루틴을 받아들여주니 고맙다.
거실에서 잠시 플랭크를 하고 씻으러 간다.
아침식사는 간단하다.
채소스프, 구운 치아바타 빵, 치즈, 삶은 달걀, 그리고 커피와 홍차이다. 아들의 요청으로 아주 가끔은 채소스프 대신 인스턴트 양송이 스프를 먹기도 한다. 인스턴트는 역시 못된 맛이다. (솔직히 맛있다.)
아들은 학교로, 나는 출근을 하면서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 가서 해야 할 일들을 한다. 그리고 저녁에 만난다. 나는 저녁에 블루베리를 요거트에 넣어 갈아먹는다. 그것으로 저녁은 끝이다. 속을 최대한 비우고 자야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식사를 마치면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와이프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고, 아들도 책을 읽거나 논다. 시간이 되면 다들 씻고 잠자리에 든다.
자기 전에는 아침에 먹는 구운 치아바타가 얼마나 맛있을지, 또 아침 공기는 얼마나 상쾌할지 궁금하다. 샤워할 때는 기분이 따뜻해져서 좋고, 잠자리에 들 때면 “아고 아고 아고” 신음 소리를 내며 피곤한 몸을 뉘우는 그 기분이 좋다. (아, 먹을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다니 나는 돼지였다.)
어렸을 때에는 이런 단순한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 삶이 드라마처럼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하루하루가 다르게 채워지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단순한 일상이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오늘 아침 산책하면서 생각한 것은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이나 쓸 것이다. 쓰고 쓰다 보면 자연스레 카테고리가 나오겠지, 그렇게 그 녀석들끼리 묶이겠지 한다.
그냥 쓸 것이다.
그날 있었던 일들, 그날 느꼈던 느낌. 만 42세 남자가 느끼는 순간들을 자유롭게 쓰기로 했다. 쓰다 보면 어쩌다 하나쯤은 얻어 걸리겠지.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