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1인기업, 복기
16년 전 나는 사촌 형의 권유로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촌 형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사업장에 친구 들이지 마라."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형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도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얼마 후 친구들이 나의 근황을 눈치챘을 때에도 사업장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다. 이 당부를 너무 잘 지킨 탓이었는지 그들은 지금도 모른다. 사실 지금은 과거에 어울렸던 모든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다.
사업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한다.
그래서 실수를 하더라도 사업 초기의 작은 규모일 때 하는 것이 낫다. 엎어져도 큰 손해 없을 그 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그때 사업장에 드나드는 친구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업 초기의 나는 그들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했을 것이고, 사업 경험도 없는 외부인의 어쭙잖은 조언(간섭)에 귀기울였을 것이다. 친구들이 드나들었다면 물론 외롭지도 않았을 것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업에 도움이 되든 도움이 되지 않든 어느 쪽이든 나의 자립을 늦추는 것은 분명했다.
그전에는 무리의 리더나 집단의 결정에 따르는 삶을 살아왔다. 가족, 학교, 회사에서 누군가의 말을 듣거나, 다수의 결정을 따랐다. 적어도 함께 책임을 나눌만한 사람에게 상의라도 해서 결정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모두 내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도 나에게만 있었다. 그래서 혼자 내리는 결정에 늘 걱정이 많았고, 가끔은 회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가 나 대신 결정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사업은 물론이며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래서 더 과거와 확실히 선을 긋고 싶었다.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것을 계기로 나에게 익숙한 과거의 습관들을 최대한 단절했다. 그때 담배를 끊었고, 사업 초기 2년 넘게 술도 끊었다. 스트레스나 걱정이 몰려올 때는 예전처럼 술과 담배를 찾지 않고 매일 헬스장에서 쇠질을 하고, 수영장 레인을 스무 바퀴씩 돌았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수영강습도 들으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동종 업계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예전에 어울렸던 사람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접촉은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집에 오면 밤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복기했다.
누굴 만나 걱정을 늘어놓는 것 대신에 매일 집에 돌아와 기록하면서 머리를 조금이라도 비웠다. (지금은 일기를 쓰지 않지만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하며 여전히 복기하고 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나에게 결정권이 없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이제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태도를 바꾸려면 혼자 있거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 '고독의 위로(앤서니 스토 저)'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며칠 전 이 글을 읽고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사업의 발전도 결국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잘 이겨내고 사업의 성장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16년 자영업 성장의 비결은 고독을 택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