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교육의 중요성인가, 선행학습인가
“콩콩이도 음악을 들을 줄 알아야 해요.”
아빠는 음악은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아빠는 피아노를 만 5세부터 했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오르간도 치고, 기타도 칠 줄 안다고 했어요.
아빠의 조기교육 철학은 확고해요. 수영, 자전거 타기와 음악은 반드시 조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대요. 수영은 혹시 모를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고요. 자전거 타기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될 거래요. 음악은 평생의 반려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아빠는 조기교육뿐만 아니라 선행학습도 했었대요. 그 여파로 아빠는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는 그냥 잤대요. 하루는 수학 선생님이 매일 자던 아빠의 모습에 너무너무 화가 났대요. 수학선생님은 "쳐"자던 "저 새끼"를 깨워 문제를 풀라고 했대요. 아빠는 눈을 비비면서 나와 칠판에 쓰인 문제를 천천히 쳐다봤대요. 하품을 크게 하고는 문제 풀이를 조금씩 적어나갔대요.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엎드려 잤대요. 선생님은 기가 찼지만 문제를 풀어낸 아빠를 그대로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대요. 덕분에 아빠의 고등학교 내신은 아주 엉망이었다죠.
이미 중학생 때 고등학교 과목을 배워버렸으니 학교 수업이 재미가 있었을 리가 없었어요. 호기심을 교육의 주요 동기로 생각하는 아빠에게 선행학습은 부작용만 안겨다 준 셈이에요.
아빠는 수영, 자전거 타기, 음악의 조기교육을 콩콩이에게 시킬 터이지만 선행학습은 시키지 않겠노라고 했어요. 수영과 자전거 타기는 아직 콩콩이에게 무리랍니다. 그래서 아빠는 음악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했어요.
“1,2,3,4 & 2, 4!”
박자는 1,2,3,4의 2&4에 강이 있다고 했어요. 2&4에 스네어 비트가 들어간대요. 그루브가 살려면 스네어는 레이백이 되어야 한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아빠는 요즘 리듬 앤 블루스에 빠져 살아요. 아빠는 며칠 전부터 콩콩이에게 리듬 앤 블루스를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특히 현대 음악의 기초인 재즈와 블루스를 가르치는 중이에요. 아빠 말로는 리듬 앤 블루스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고 했어요. 아빠는 콩콩이를 팔에 안은 채 딱 쿵 딱 쿵 따닥 쿵에 맞춰 비트에 엉덩이를 들썩였어요.
매우 안타깝게도 만 6개월인 콩콩이에게는 무슨 선택권이 있지는 않아요. 하라면 하는 거죠. 콩콩이는 아빠가 그러든지 말든지 딱히 관심이 없어요. 2&4에 강이 있다느니, 스네어 비트가 레이백이 되어야 한다느니, 콩콩이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콩콩이의 관심은 오롯이 엄마가 타고 있는 젖병에 있어요. 콩콩이는 기뻐서 엉덩이를 들썩여요. 아빠는 자신의 음악 교육보다 젖병에 관심이 있는 콩콩이에게 실망한 듯 보였어요. 아빠는 콩콩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나친 선행 학습 정신이 있는 것 같아요. 6개월 된 아가에게 리듬 앤 블루스라니. 콩콩이는 아빠가 얘기한 말을 잘 지키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2&4에 강이 있든지 말든지, 스네어 비트가 레이백이 되든지 말든지, 콩콩이는 빨리 맘마나 먹고 싶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