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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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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Jan 21. 2024

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다

그것은 흡사 작전을 방불케 했어요. 아빠는 어딘가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차가운 음성이 들렸어요. 아빠의 통화가 종료되었고 엄마는 안방으로 달려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어요. 엄마는 검은색 손가방을 메고는 뛰쳐나갔어요.


아빠는 콩콩이를 홀로 돌보았어요. 콩콩이가 쉬아를 했을 때였어요. 아빠는 기저귀를 열고 부채질을 했어요. 시원했어요. 아빠는 당황한 듯 보였어요. 아빠는 성급히 큰 천으로 콩콩이를 닦고서 입고 있던 옷을 벗기고 다른 옷을 입혔어요. 아빠는 한숨을 쉬었어요. 쉬아가 새서 옷에 다 묻어서 그랬대요. 


전화기 너머로는 엄마인 듯 들렸어요. 통화를 끝내자마자 아빠는 기저귀 가방을 왼손에, 콩콩이를 오른손에 둘러업고는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어요. 콩콩이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했어요. 아빠는 차 뒷좌석에 콩콩이를 앉히고는 이따가 보자며 작별인사를 했어요.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차창 밖으로 불빛이 지나갔어요. 콩콩이는 좌우로 풍경을 살피기 여념이 없었어요. 어딘가 도착했고 아빠는 기저귀 가방과 콩콩이를 메고서는 위로 향했어요.


아빠와 콩콩이는 엄마와 상봉했어요. 엄마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엄마가 말했어요. 다시 엄마와 떨어져 콩콩이와 아빠는 오피스 밖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았어요.


간이 의자 주변에는 대략 6살은 많아 보이는 언니 둘이 먼저 와 있었어요. 언니 둘은 공주님 옷을 입고 있었어요. 화려한 옷은 콩콩이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어요. 콩콩이는 공주님 둘을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옆에 앉아 있던 공주님 언니는 콩콩이에게 말했어요.

“아기가 이쁘다.”

“가서 말 걸어봐.”

언니의 엄마로 추정되는 아줌마가 대꾸했어요.


공주님 언니는 콩콩이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아가야, 안녕.”

“아봐바바바.”

그러자 아빠는 콩콩이의 언어를 해석해 주었어요.

“언니, 안녕”


공주님 언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나도 아가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줌마가 건조하게 대꾸했어요.

“안돼. 엄마 힘들어.”


옆에 있던 다른 공주님 언니는 이렇게 대꾸했어요.

“아가의 몸으로 돌아가면 학교를 안 가도 될 텐데.”

공주님 언니는 한숨을 쉬었어요.


전화기 너머로 차갑게 말했던 음성이 다시 들렸어요. 간호사 선생님이었어요.

“콩콩이, 들어오세요.”


오피스로 들어가자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었어요. 피곤에 찌든 기색이었어요. 콩콩이를 진찰하더니 그는 건조하게 말했어요.

“발진이에요. 스테로이드 잘 발라 주시고요. 적은 양으로 바르셔야 하고 바르는 기간은 일주일을 넘기시면 안 돼요.”

엄마 아빠는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였어요. 엄마 아빠는 차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하길 다행이라며 한 숨을 푹 쉬었어요.


작전은 두어 시간 남짓되는 시간 안에 종료되었어요. 진단은 기저귀 발진이었어요. 콩콩이는 아기 몸으로 돌아가고픈 공주님 언니 둘도 만났어요. 공주님 언니의 비현실적인 바람을 쌀쌀맞게 거절할 만큼 아기를 다시 키우는 일은 힘든 일인가 봐요. 아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가당치 않은 바람을 가지게 할 만큼 학교 생활 역시도 어려운 일인가도 싶어요.


추석 연휴에 작전을 펼친 엄마 아빠도, 아가의 몸으로 돌아가고픈 공주님 언니들도, 아가를 다시 키우고 싶지 않은 아줌마도 한숨을 쉬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은 직업윤리덕택에 대놓고 한숨 쉬진 않았어요. 그런데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야 했기에 아마도 뒤에서 한숨을 쉬었을 거예요. 콩콩이도 누가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한숨을 푹 쉬었어요. 모두모두 한 숨을 쉬었어요. 그러고 보면 인생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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