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비난과 생각 되새김질
콩콩이가 분유만 먹던 시절이 있었어요. 콩콩이는 매일매일 응가를 잘했어요. 워낙 콩콩이가 분유를 잘 먹기도 하고 굴러다니기도 잘해서 그런지 어떤 날은 응가를 네 번씩 했어요.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자 콩콩이의 응가 스케줄도 변했어요. 콩콩이는 보통 아침에 두 번, 오후에 한 번 많으면 두 번씩 총 세 번에서 네 번을 싸거든요. 그런데 웬일인지 오후 늦게까지 응가를 하지 않는 거예요.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걱정이 되었어요.
응가는 분유를 먹을 때보다 단단해지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맘마 중에 응가를 잘해요. 그런데 응가가 단단해져서 일을 보기가 매우 어려웠나 봐요. 콩콩이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힘을 주는 듯하더니 콩콩이는 울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소득은 없었어요.
이런 날이 며칠간 이어지자 엄마 아빠는 콩콩이가 응가를 잘할 수 있도록 계획을 했어요.
엄마는 콩콩이의 이유식 중간중간 요거트를 먹였어요. 그런데도 효과가 별로 없어 보이자 엄마는 다음날부터 푸룬 퓌레를 먹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럼에도 콩콩이의 응가는 시원찮았어요. 콩콩이를 소서 (아가가 점프를 하면서 주변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는 기구)에 앉혀두고 엄마 아빠는 춤을 추면서 응원했습니다. 예전에도 소서에서 점프를 몇 차례 하자 콩콩이의 장운동이 활발해졌는지 응가를 할 수 있었거든요.
소서에 앉은 지 벌써 10분이 지났지만 특별한 신호는 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별안간 콩콩이의 얼굴이 시뻘게지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으"소리를 내면서 힘을 주었답니다. 응가가 나오고 있다는 신호예요! 엄마 아빠는 기쁘기 짝이 없었어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를 몇 차례, 콩콩이는 놀이를 다시 시작했어요.
엄마 아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콩콩이의 기저귀를 열어보았어요. 마침내 중간 사이즈 이상의 응가가 나온 거였어요! 엄마 아빠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어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Ode to Joy)가 울려 퍼지는 듯했어요.
아빠는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매주 만나요. 심리 상담이란 걸 한대요. 콩콩이의 응가를 보면서 아빠의 머릿속은 우울증에 빠져 자기 비난에 가득 찬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그들은 어쩌다가 자기 비난까지 까지 이르게 되었을지 생각해 봤어요.
오랜 기간 축적된 부정적인 경험이 있었을 거예요. 부정적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을 테고요.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생각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면서 자기 비난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겠죠.
아빠는 누구나에게 잘 먹고 잘 싸기만 해도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만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도 역시 콩콩이처럼 응가만 잘해도 박수받기에 충분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