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Jan 09. 2022

태명은 황금이요.

석양이 아름다운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 집은 오후 4시가 넘어가면 붉은 석양이 창문으로 집 전체를 향해 아주 강렬히 들어온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짐 정리를 하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열심히 물건들을 정리하던 와중에 등이 따사롭게 느껴졌고 뒤를 돌아보니 정말 새빨간- 그것도 아주 붉고 큰 태양이 저물어가는 게 아닌가.


거실 한가운데 서서 베란다 넘어 들어오는 빛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꽉 차오르면서 마치 저 빛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빠! 저길 좀 봐! 저기! 저기!"

"응? 어디?"

"창 밖에! 해가 들어오고 있어!"


남편은 신발장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해가 들어온다는 게 그다지 신기할 일이 없을 테니 꾸물꾸물 일에 집중했다. 나는 신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 빛은 컸고 붉었기 때문에.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처럼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일까? 나는 황혼, 매직 아워, 새벽녘 그 찰나를 매우 사랑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연출했던 단편영화의 제목이 매직 아워다. 


"오빠! 아무래도 우리 이 집에서 살면서 행복한 일이 많으려나 봐. 집에 태양이 들어오잖아!"

"정말이네? 우와..."

"왠지 우리 아기가 생기면 황금 같은 복덩이가 태어날 것 같아!"


한동안 뱅글뱅글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난 아기처럼 행복해했다. 





올해, 첫 시작으로 산전 산후 모성애 요가 코스를 시작했다. 아기를 갖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고 여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생명으로서 자신을 돌보는 여정이다.



첫 시간, 

"태명을 무엇이라고 지을지 생각해봅시다. 만약 내가 아기를 갖었다면 우리 아가 태명은 뭘로 지으시겠어요?"


나는 당황했다. 

"네!?...... 벌써요? 그럼 전 황금이라고 지을래요."

그리고 속으로 배시시 웃었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시크릿을 믿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