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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May 18. 2022

폴댄스 3개월 차, 권태기가 찾아왔다.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할 것

폴댄스 수업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밖에서 선생님이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수업 전 출석 체크할 때 원래 온도계로 체온을 재서 적어야 하는데, 이날은 수업에 지각해서 빨리 출첵을 하느라 체온을 적지 않았었다. '설마 이거 때문에 그런 걸까?' 별거 아닌 일인데도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다.


밝은 표정의 선생님은 이제 곧 내가 가진 수강권이 만료되는데, 연장할 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다. 와우, 수강권 만료가 이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을 귀신같이 어떻게 알고 이렇게 직접 밀착 케어를 하다니. 이 학원 진짜 영업의 고수다 싶었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수강권 연장을 두고 사실 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수업을 할 때마다 발전하는 내 실력을 느끼니 폴댄스를 배워가는 과정은 너무 재밌었다. 그러나 잘만 가다가 3개월 차에 일명 폴태기가 찾아왔다. 한 수업에서 그날의 진도를 잘 못 따라간 날이 있었는데, 그 후 연속으로 다른 수업에서도  배운 동작을 소화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폴댄스는 그룹 수업이라 주변의 수강생들과 나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다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주눅 들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력이 후퇴하는 것만 같아 답답했다.


선생님께 '요새 실력이 후퇴하는 것 같아 수강권을 연장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자 선생님은 '주변의 사람들보다 못하면 아무래도 주눅이 들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근력 기르기 등 운동의 효과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래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는 '(영업 차원에서) 수강권 연장하게 하려면 무슨 말이든 못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폴댄스는 손으로 폴을 어떻게 잡는지(그립),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한 손으로만 지탱하는지 등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 폴댄스를 한 지는 2개월이 넘었어도, 처음 배우고 시도하는 그립이라면 폴을 밀고 당기는 힘에 익숙하지 않아 못하는 것이 당연한 건데도 고작 2개월 경력을 들먹거리며 잘 못하는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겼다. 그리고 동작을 잘하고 못하냐 와는 별개로 폴댄스는 엄청난 강도의 운동이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몸풀기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과 본 수업을 통해 내 몸은 더 유연해지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운동은 상대 평가 아니라 절대 평가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여 평가를 내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진짜 경쟁자는 어제의 나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니 지난 2개월 동안 성장한 나 자신이 보였다. 그 사이 혼자 연습을 한 것도 아닌데 다른 수업에서 지난번에 실패했던 동작을 다시 시도하니 이번에는 무리 없이 성공할 수 있었다.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폴댄스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수강권은 당연히 3개월 더 연장했다.


양 무릎으로 폴을 잡고 앉는 이 동작의 이름은 프리티(pret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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