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듯 말듯 아슬아슬한 밀당의 연속
공을 띄우는 리프팅은 기본기 훈련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공중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세와 힘 조절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공에 끈질긴 집착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리프팅 하는 걸 보면 공을 절대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발, 머리, 무릎, 어깨 등 다양한 부위를 이용하여 안정감 있게 띄우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아슬아슬 공이 땅에 닿을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살려낸다.
엄청 가볍고 거뜬하게 하는 걸 보면 ‘저게 어렵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딱 한 번만 해보면 안다. 초보자가 연속으로 공을 띄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간단해 보이는 동작에도 정확한 자세, 힘 조절, 순발력 3가지가 요구된다. 그래서 어렵고, 또 그래서 기본기를 닦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나의 첫 리프팅 연습은 난장판이었다. 발등(신발 끈이 있는 부분)에 정확히 공이 맞아야 하는데, 발등 가운데에 맞지 않고 조금이라도 빗맞으면 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발가락 부분에 공이 맞으면 어찌나 아프던지. 힘 조절을 조금이라도 잘 못하면 공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1개 이상을 이어가기가 힘들었고 공을 주우러 다니느라 바빴다.
패스나 슈팅할 때는 코칭을 받으면 그래도 바로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게 눈에 보였는데 ‘이렇게 연습해도 안 되는 게 맞는 건가?’ 의문이 계속 들었다. 실력이 늘지 않으니 금방 싫증이 났다. 리프팅보다는 패스나 슈팅 연습이 더 재밌어 보였다.
리프팅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내게 ‘풋살에서는 리프팅 실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누군가 스쳐 지나가듯 말해줬다. 협소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만큼 바운드를 줄이기 위해 풋살공은 축구공보다 더 묵직하고, 탄성이 적어 잘 튀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리프팅 연습이 재미없었던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리프팅 연습을 중단했다.
그 후로 1년 동안 리프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여성 풋살팀 A에 가입하면서다. 팀 내에서 리프팅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1단계는 한 발로만 리프팅 10개, 2단계는 양발 번갈아 리프팅 10개로 완수한 사람에게는 축구용품을 선물로 줬다. 리프팅 챌린지를 통과해서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3명 있었는데 팀에서 상위 실력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풋살에서는 리프팅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믿고 있었는데, 내 판단이 틀렸던 것 같다.
리프팅 까짓거 이번에는 진짜 정복하리다!
승부욕이 발동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정기 운동과 별개로 적어도 주 1회 개인 연습을 하려고 노력했다. 10분, 20분 짧게 해서는 실력이 도무지 늘지 않을 것 같아서 연습량을 점차 늘려나갔다. 연습장을 빌려서 2시간 내내 리프팅 연습만 한 적도 있다. 주발인 오른발로만 공을 맞히다 보니 발등이 부어서 아파서 연습을 중단해야 했다.
리프팅 잘하는 방법이라고 유튜브에 치니 참고할 만한 영상이 많았다. 내가 리프팅 연습하는 걸 직접 보거나, 영상을 통해 본 주변 지인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공이 발등에 잘 맞을 수 있게 발의 모양을 평평하게 만들려면 발끝에 힘을 빡 줘야 한다. 반대편 다리의 역할도 중요한데, 꼿꼿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무릎을 굽혀줘야 한다. 그래야 공의 힘을 더 흡수할 수 있어 컨트롤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공의 바운드가 내 몸 안의 범위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상체를 숙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기본기 훈련과 달리 리프팅은 철저히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백날 모범 케이스를 관찰하고, 주변의 조언을 들어봤자 소용이 없다. 이걸 습득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려면 나 혼자만의 피땀 눈물 나는 연습을 거쳐야 했다. 초반에는 절대 안 늘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연습하다 보니 조금씩 연속적으로 발에 공을 맞히는 횟수가 늘어났다. 처음에는 연속으로 5번 하는 걸 목표로, 그 다음에는 10번을 목표로 나아갔다.
될 듯 말듯 아슬아슬한 밀당의 연속이었다. 8번까지는 성공해서 ‘내일 다시 연습하면 10개 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그 다음 날 시도하면 다시 리셋되어 5~6개 하는 수준으로 돌아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리프팅, 정말 애증이었다.
야속하게도 도무지 늘지 않는 리프팅 횟수와는 별개로 실제 경기를 뛰었을 때 볼감각이 확실히 이전보다는 더 좋아졌음을 체감했다. 여성 풋살팀으로 옮긴 뒤에도 시간이 맞으면 종종 이전 혼성 팀 경기에 참석했는데, 패스를 하면서 몸을 풀다가 땅볼이 아니라 공중으로 볼이 날라왔다. 평소라면 당황해서 냅다 찼을 텐데, 이 날은 순간적으로 발등을 갖다 대 가볍게 톡 패스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고 순식간에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오~ 늘었는데?”
초창기부터 함께해왔던 남자 팀원 J가 친구가 놀랍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리프팅 연습의 긍정적인 효과를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오른발로 10회 연속 리프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 달간 집중했다. 목표했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최고 개수 13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오른발로 리프팅 10개는 돌파했으니, 이제는 왼발 차례였다. 왼발은 주발이 아니라서 감각이 떨어지는데, 내 다리가 아니라 마치 통나무로 공을 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발을 연습하자니 오른발 나름대로 또 잘 풀리지 않았는데 13개를 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14개를 하고, 15개를 해야 하는데 리프팅에는 이러한 우상향 그래프가 적용되지 않는다. 13개를 달성했다는 희열은 한순간의 마법처럼 스쳐 지나가 버리고, 내 실력은 5개와 10개 사이에서 또다시 요동쳤다.
내 마음대로 튀어주지 않아 속상하지만, 리프팅은 목표한 숫자를 달성했다고 끝내는 것이 아닌, 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가져가야 하는 훈련 같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동국 선수처럼 멋지게 발리슛을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