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은 Jul 30. 2021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완료한 후기


2021년 7월 29일부로 나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내가 맞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이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걸 말하면 화들짝 놀란다. 젊은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잦아서 한국에선 만 30세 미만에겐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해서... 


접종을 완료한 기념으로 1차와 2차 후기를 기록한다.




2021년 5월 21일의 기록.


생각보다 빨리 백신을 맞았다. 원래 5월부터 독일/바이에른기자협회에 등록된 사람들은 우선순위로 올린다고 하기에 그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가 한 병원에서 AZ 백신 예약을 받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줬고, 고민하다가 자리 하나 남았길래 호다닥 예약. 그리하여 나는 5월 19일 오전 9시 10분에 AZ 1차 접종을 하게 됐다. 


예약을 하면 이런 파일을 받는다. 미리 프린트해서 채워서 가야 한다. 건강 설문지와 백신 동의서.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적혀있다. 신분증, 보험 카드, 이 서류, Impfpass(임프파스; 백신여권)를 챙겨가면 된다. 도착한 후에도 또 뭔갈 작성. 흡연 여부, 음주량 체크 등등.


내가 간 백신 센터는 Hauptbahnhof(하웁반홉; 중앙역)에 있다. 이틀 전에 같은 병원에서 맞은 친구들이 일찍 가면 제때 맞을 수 있대서 한 20분 정도 일찍 갔다. 근데 좀 무질서하고, 사람이 워낙 많아서 9시 20분에 맞았다.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주사 무서워하냐고 해서 사실 그렇다고, 어릴 때는 주사 안 맞으려고 병원에서 도망 다녔다고 했다. 그 말 듣고 웃더니 순식간에 뾱! 하고 백신 주사를 놔주셨다. 보통 주사보다 바늘이 덜 들어가고, 덜 아픈 느낌? 그러고 반창고 붙여주고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아무 이상 없으면 집에 가도 좋다고 했다. 아스피린 같은 거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다 상관없다고. 한국에서 맞은 사람들도 타이레놀을 이틀 내내 먹었다고.. 술도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음, 그 말은 듣지 않았다. 러시아는 8주 동안 못 마시게 한다는데 독일 왜구뤠


독일의 백신여권

백신 맞고 10시경에 집에 도착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주사 맞은 팔이 뻐근했고, 무거운 거 들으면 살짝 통증이 느껴졌다. 그 외엔 별 이상이 없었다. 


12:30


살짝 머리가 어질 했다. 평소에도 가끔 어질어질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15:00


입술이 다른 날에 비해 더 말랐다. 원래 입술이 건조한 편이긴 한데, 지금 바짝바짝 마를 시기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백신 때문인 것 같다. 피부도 유난히 건조해졌다. 세수를 한번 더 하고 수분크림을 듬뿍 발랐다. 


몸이 아프진 않아서 저녁에는 아이스크림도 먹으러 나갔다 왔다. 장도 봤다. 보통 저녁부터 아프다고 하는데 너무 멀쩡해서 백신 효과가 잘 드는 게 맞나? 싶었다.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21:00


TV를 보는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차가워졌다. 으슬으슬 춥기 시작. 오늘 날이 좀 춥나? 하고 창문을 다 닫고, 담요를 덮었다. (내가 백신 맞았단 사실을 잊음)


21:45


머리가 띵해왔다. 아, 시작됐구나. 추위는 더 심해져서 담요를 덮은 채로 침대로 갔다. 


22:00


원래 몸에 열이 많아서 집에서는 반바지 입는데 확실히 이상했다. 옷장 안 깊숙하게 넣어둔 수면양발과 수면바지를 꺼냈다.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누웠다.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 감기몸살이 온 기분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온몸이 덜덜덜 떨리고, 땀이 쭉쭉 나고, 온몸이 다 뻐근하고 아팠다. 내 이마에 손을 댔는데 너무 뜨거워서 놀랐다. 이게 내 몸이라고? 그 와중에 손은 차갑고. 이렇게 누워도 아프고 저렇게 누워도 아파서 약간 자다 깨다를 밤새 반복했다. 너무 더워서 이불을 걷어내면 다시 추워지고, 어떻게 밤을 보냈는지.....


*한 마디로 죽다 살아남*


20일


06:00


엄청 많이 잔 기분이었다. 그래서 놀라서 눈을 떴더니 고작 6시였다. 몸은 천근만근,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차라리 잠이라도 자면 덜 아플까 싶어 다시 눈을 붙였다. 약을 먹을까 했는데 그러기에 너무 빈 속이고, 그렇다고 뭘 먹자니 입맛은 없어서 그냥 누웠다. 


09:30


다시 깼다. 걷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아팠다. 자면서 다리에 계속 힘을 줬는지 다리가 저릿저릿했다. 어찌나 몸을 뒤척였는지 갈비뼈도 아프고, 뒷목도 아팠다.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누웠다. 오늘 일정은 망했다. 땀은 계속 나고, 계속 춥고, 머리는 계속 깨질 듯이 아팠다. 누워있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6:00


이때부터 의식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머리는 아팠고 추웠지만, 이제는 눈을 똑바로 뜨고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핸드폰도 이때 확인했다. 이런저런 메일과 카톡이 쌓여 있는데 차마 다 확인할 수 없었..... 다시 두통이......먹은 게 물이랑 주스밖에 없었다. 배가 슬슬 고파오는데 딱히 먹고 싶은 게 없고, 오로지 버블티 생각밖에 안 났다. 결국 친구에게 SOS를 쳤다. 


18:40


계속 누워있다가 버블티 사러 나갔다. 그냥 사 와달라 할까 하다가 그래도 조금 바깥바람을 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씻을 힘도 없어서 세수만 하고 양치하고 잡히는 대로 입고 나갔다. 하필 사람이 엄청 많아서 나는 차에서 기다리고 친구가 20분이나 기다려서 두 개나 사줬다. 확실히 바람 좀 쐬고, 바깥공기 좀 맡으니 나았다. 


21:00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밤새 몸에 워낙 긴장감을 줬어서 그런지, 아직 여기저기가 뻐근하다. 골반도 뻐근, 어깨도 뻐근. 머리도 여전히 무겁다. 고개를 도리도리 하면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큰 소리를 내도 머리가 울린다. 그래도 블로그를 쓸 정도는 된다. 내가 좀 유난히 심했던 것 같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맞은 친구는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다고....  결국 아스피린을 한 포 먹고 잤다. 




2021년 7월 30일의 기록.


AZ 1, 2차의 간격은 8주~12주가 좋단다. 원래 접종을 완료한 후 한국에 가려했지만 간격이 너무 길어서 그 사이에 한국을 다녀왔고 1차를 맞은 지 11주 차에 2차 접종을 했다. 


29일 오전 8시경에 내가 1차를 맞았던 병원에 가서 접수를 했다. 1차 접종 완료자는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내 앞에 사람이 3명 정도 있었고, 8시 15분경에 2차 접종 완료. 1차 때보다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 더 뻐근했다. 1차를 맞을 때는 아무런 느낌도 안 났는데, 이번엔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기한 건, 1차 때는 어디에 주사를 맞은 부위가 닿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졌는데 이번엔 그런 통증은 없다. 오전 10시경 약간의 근육통이 느껴지더니 금세 가라앉았다. 오늘은 안 아프려나? 하고 룰루랄라 정상 활동(?)을 이어가다가 또 시작됐다. 오한. 


29일


18:00


이번엔 오한이 좀 일찍 왔다. 갑자기 팔과 다리가 조금씩 저리더니 급 추워지기 시작했다. 후다닥 집에 와서 소파에 눕듯이 앉았다.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배는 고픈데 저녁을 해먹을 기운이 없어 그냥 계속 늘어졌다.


21:00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두통의 시작. 1차 때의 악몽이 떠올라 이부프로펜을 얼른 한 알 먹었다. 통증은 덜했지만 몸은 계속 추웠고 식은땀이 났다. 1차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21:30 


계속 어질어질 거려 결국 침대로 가 누웠다. 이불을 덮자니 덥고, 안 덮자니 추워서 발만 내놓고 덮고 잤다. 이부프로펜의 효과인가? 어느 이상 아프진 않아서 밤새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30일


07:00


눈을 떴다. 머리도 안 아팠고, 땀도 많이 안 흘린 것 같다. 다만 입술이 평소보다 더 마르고, 몸이 뻐근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잔 모양이다. 그것만 제외하곤 상쾌하게 일어났다. 


11:00


이 후기를 적는 지금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확실히 1차에 비해 괜찮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됐다는 사실에 몸과 마음이 더 가볍다! 


독일은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적으로 그렇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안 지켜서 백신이라도 빨리빨리 맞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 안티 백신을 외치는 사람도 덩달아 많아서 잔여 백신이 남아돈다. 오죽하면 광장에 의사들이 나와서 백신 접종하라고 홍보하고 있을 정도다. 안티 백신자 중에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장담컨대 없을 거다. 그러니 이 모양 이 꼴..


어쨌든! 나는 접종 완료자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제 걱정을 조금 덜으셨다. 그 점이 가장 좋다. 조금 이따 약국에 가서 디지털 여권패스를 만들 예정이다. 서류의 나라 독일에서 디지털 여권패스를 만들어 준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사진=정재은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 독일인이 내게 길을 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