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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Aug 03. 2021

독일에선 소가 사람을 구경한다

독일 뮌헨에 살면 자연과 함께 하는 순간이 자연스레 많아진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 Isar는 물론이고, 유럽에서 가장 큰 Englischer Garten(영국정원)도 있다.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도시이니 말 다했다. 뮌헨 근교로 조금만 나가면 푸르른 대자연을 만난다. 산과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언제든 하이킹을 하고, 언제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의 여름 필수 아이템이 수영복일 정도로 호수 수영은 대중화되어있다. 한국에서 하이킹이라면 치를 떨던 나조차 언젠가부터 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절경이다. 꼭 수영이나 하이킹이 아니더라도 근교 나들이는 언제나 즐겁다. 자연을 보존하며 함께 사는 사람들의 모습, 풀내음 가득한 숲 속, 농장에서 직접 받는 우유와 달걀 등은 현대인 일상에 커다란 힐링이 된다. 


근교 나들이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들판에서 자유롭게 노는 소와 닭, 양, 노루, 말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소떼가 많은데 들판의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그런 소떼가 곳곳에서 계속 등장한다. 그야말로 행복한 소들이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소들. 


가끔 멈춰 서서 그런 소들을 구경할 때가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선 소들이 나를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그들에겐 들판보다 도로가 훨씬 좁아 보일 테니 내가 불쌍하게 느껴지려나?


이렇게 말이다. 앞의 소부터 저 뒤에 있는 소까지 전부 나를 구경한다. '쟤는 왜 저기 갇혀있지?' 하는 표정 같다. 마치 내가 이들의 구역에 침범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다.



이 두 송아지는 어미가 와서 몰고 갈 때까지 나를 구경했다. 


저 송아지는 태어난 지 일주일 됐다. 이곳 농장의 주인을 제외한 사람을 처음 보는 거란다. 우두커니 서서 나를 한참 쳐다보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송아지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검은 머리 사람은 희귀할 테니 지금 많이 봐두렴.



농장의 주인이 설명하길, 소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전문 사냥꾼이 와서 잡는다고 한다. 다른 친구 소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 빠르게 탁 쏜다고. 친구 소가 죽으면 다른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고 물으니, 소가 넘어지면 친구들은 '무슨 일이지?'하고 쳐다보다가 금세 까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다고. 신기했다. 무엇보다 금세 까먹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난 육류는 그 마을 정육점에게만 제공된다. 에데카나 리들 등의 대형 마트로는 유통되지 않는다.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이 농가에서 판매하는 살라미를 몇 차례 얻어서 먹었는데 , 정말 마트에서 파는 살라미 맛과 차원이 다르다.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풍미가 굉장하다. 굳이 빵에 올려먹고 싶지 않을 만큼 맛있다. 내가 맛볼 때마다 눈이 동그래지니 농가의 주인은 고기를 전문 정육점에서 사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대형 마트 고기는 쳐다도 보지 말라고. 예전부터 숱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그 이유를 눈으로 직접 보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음, 저 소들의 사진을 보며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미안해지니 여기서 멈춰야겠다. 


어쨌든 소에게 구경당하며 사는 삶,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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