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띠가 연결해 준 인연

그리고 하이록스

by 정재은

피지컬 시리즈는 내가 사는 독일에서도 큰 인기를 끈다. 러닝, 헬스, 하이록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독일 사람들에게 피지컬은 단연 즐거운 콘텐츠다. 지난해 나온 피지컬 아시아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아모띠와 최승연의 무중력 트레드밀 활약은 많은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


인기를 끈 건 그들의 능력치뿐만이 아니다. 아모띠의 앳된 소년같은 외모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만 인기있는 줄 알았는데 그의 외모 덕분에(?) 내가 다니는 하이록스 스튜디오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지난해, 친구와 하이록스 프랑크푸르트 대회를 준비하며 매주 하이록스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훈련을 했다. 레이스를 2주 앞두고 최종 점검차 풀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다른 여자 그룹을 만났다. 그들도 레이스를 앞둔 것인지 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푸시했다. 그렇게 두 그룹 모두 성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녹초가 된 상태로 친구와 라커룸에 들어왔다. 동시에 그 여자 두 명도 들어왔다. 우린 자연스레 말을 섞었다. 그들 역시 프랑크푸르트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그들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뮌헨에 살고 있고,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때 한 여자애의 톤이 높아지며 "혹시 너 피지컬 봤어?"라고 묻는다. 피지컬의 빅 팬으로서 나 역시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대답해야만 했다. "당연하지!!"


여자애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갑자기 라커룸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른다. 이렇게.


아모띠!!!!!

라커룸 안은 순식간에 박장대소로 가득 찼다. 그 비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기에. 나 역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는 아모띠는 왜 몸도 좋고 얼굴도 귀여운지, 한국에 가면 아모띠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왜 뮌헨에는 한국 남자가 별로 없는지, 아모띠랑 같은 하이록스를 뛰는 게 꿈이라며, 속사포로 아모띠 찬양을 늘어놓았다. 나는 한국에서도 아모띠 인기가 엄청나고, 아모띠가 피지컬 2 우승하고 나서 크로스핏 붐이 불기 시작했다며 그가 좋아할 만한 대응을 해주었다. 급 친밀감을 느낀 우리는 인스타와 번호를 교환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만약 서로를 보게 되면 꼭 사진 찍고 응원해 주자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레이스 데이. 아쉽게도 그들은 오전 8시 스타트, 우리는 오후 1시 스타트여서 시간이 조금도 겹치지 않았다. 우리는 메시지로나마 응원을 했다. 아모띠를 외쳤던 여자애가 이미 하이록스 경험이 풍부해서 잘 해낼 거란 데에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차례가 됐다. 스테이션 3개를 끝내고 네 번째 런을 돌고 버피 점프를 하러 록스존으로 들어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와 친구의 이름을 우렁차게 외치는 게 들렸다. 친구의 남편만 응원을 와서 여자 목소리로 우리 이름이 불려질 리가 없는데? 잘못 들었나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그 친구들의 얼굴이 보였다! 한 명은 러닝존에서, 다른 한 명은 스테이션을 오가며 우리가 레이스를 완주할 때까지 목이 쉬도록 응원했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마지막 스테이션, 월볼에선 볼을 던지는 내내 "거의 다 왔어!", "이제 곧 고지야!", "너희 너무 핫해!" 하며 100가지 응원 멘트를 던졌다. 힘들어서 인상이 찌푸려지다가도 기발한 멘트에 절로 웃음이 나며, 힘이 생겼다. 그렇게 레이스를 완주했다.


너무 감동이었다. 꿈도 못 꾸던 커다란 응원이었다. 그들은 레이스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 쉬다가 우리를 응원하러 다시 왔단다. 우린 아침 먹고 화장실 가며 컨디션 조절한다고 응원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들이 목이 쉬도록 우리 이름을 부르던 그 순간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 숨은 턱 끝까지 차고, 너무너무 힘든데 그 응원 덕분에 끝까지 모티베이션을 잃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각자 연말연초 휴가를 보내고 곧 다 같이 신년모임을 갖기로 했다. 땀을 흘리고, 아모띠를 외치다 생긴 인연. 올해 그들과의 인연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다 줄지 궁금하다.


아모띠님은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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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은, 하이록스 프랑크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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