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쉽지 않은 현실은 일본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자영업자 문제가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해서 의도적으로 더더욱 부각되는 측면도 있는 듯 싶다. IMF 이후 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준비 없는 가게들도 적지 않고, 실제로 가게 숫자가 한국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쉽게 생기고 쉽게 망한다. 망하는 개개인이 많다보니 그들이 가지는 불만도 늘어난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구조인 것이다.
최근 백종원씨가 나오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방송을 위해 다소 과장된 곳을 고르는 측면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경험한 바로는 어중간한 가게에 가서 실망하기보다는 체인점을 가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개인이 하는 가게 중에 어느 정도 준비된 가게가 10곳 중 2~3곳이라면 나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도 자영업이 쉽지 않음을 이전 글(일본 자영업자는 행복할까)에서 거론한 바 있다. 오늘 전할 내용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다.
일본 블로그들을 들여다보다 제목이 눈에 띄는 게 있어 옮겨볼까 한다. '개인 음식점을 5년간 경영하고나서 알게된 음식업 계속이 어려운 10가지 이유'다.
이 글을 쓰신 분은 치바현 카시와시에서 현재 태국 음식 카페(점심영업만)를 하며, 가족들이 점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게 위치도 자택 1층을 개조했다고 한다. 즉, 인건비와 임대료가 제로인 좋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소개해본다.
(아래는 블로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일본에 해당되는 내용임을 미리 양지하시길 바란다. 한국과 얼마나 다른지는 경험이 없어 모르겠으나 읽어본 바로는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가게에 대한 간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역에서 버스로 다소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있고, 점포 내 20석, 테라스석 16석이 있다. 평균 객단가는 900엔으로, 하루에 평균 45명 정도가 방문한다. 블로그(상당히 충실하다)와 치라시 등으로 홍보를 해서 광고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가족경영이라 이들의 월급을 고려하면 오히려 적자라 한다.
https://cafegapao.com/ (실제 카페 홈페이지. 주인이 직접 만든 곳)
1. 음식업은 이익(이익률)이 너무 낮다.
개인 음식점은 가령 이익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전부 '경영자의 월급'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남는 이익은 그 뒤의 '업체 확대'나 '예측 불가능한 일에 대한 대응'을 위해 남겨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예측 불가능한 일이란, '현금 흐름 문제(이익이 나오는데 현금이 없어서 종업원에게 월급을 못주는 문제등)' '천재지변' '거래처가 파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 등이다.
또한 '이익이 안 난다'는 건 '적자'라는 뜻이다. 적자가 이어지면 점포는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익을 내는 건 경영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음식점이란 '박리다매'를 강요받는 업태라는 것. 1000엔 짜리 점심을 예로 들면, 내역은 다음과 같다.
식재료 원가 300엔
인건비 400엔
임대료 100엔
광열비 50엔
잡비 50엔
이익 100엔
즉 10분의 1만 이익이 되는 것이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10% 이익이 나오면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음식업은 단가가 낮은 업태다. 같은 이익률이라도 이익에 차이가 나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주택판매업에서 이익률이 10%라 하면 1000만엔 짜리 집을 팔면 이익은 100만엔이 된다. 이런 걸 생각하면 음식점에서는 1만명분을 팔아야 같은 금액을 벌게 된다. 1달에 그만큼 판매하려면, 26일간 영업한다 했을 때 하루에 384명분을 팔아야 한다. 매일 줄이 생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즉, 음식업이란 그만큼 '박리다매'가 강요된다는 얘기다.
해당 음식점 오너는 IT 업체 경험도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같은 이익률이라도 업무의 질이 전혀 다름을 느낀다고 한다.
같은 이유에서 음식점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없는 업태이기도 하다.
이익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아니고 갑자기 0%가 되기도 한다는 것. 식재료가 상했거나 예약이 갑자기 취소됐거나 했을 때를 상상해보라. 물론, 반대로 이익률이 20%가 되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이익률이 줄어드는 일은 있어도 늘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음식업은 일정하게 돈이 들어오는 '스톡 비즈니스'가 아니라 그때그때 움직이는 '플로우 비즈니스'다. 식재료라는 계속 쌓아둘 수 없는 것을 다루는 특성상, 이익 확보는 안정적이지 않고 서비스에 질린 고객이 줄어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익이 적은 것은 곧 폐업하기 쉽다는 것을 뜻한다.
업주가 경영하는 카페의 1000엔 런치 내역은 다음과 같다.
식재료원가 500엔
인건비 300엔
임대료 0엔
광열비 50엔
잡비 50엔
이익 100엔
가족이 점원이라 인건비는 절약 가능했다. 그만큼 식재료에 예산을 들여서 고객에게 환원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단골 손님이 많은 이유도 이같이 만족도를 높인 데서 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즉 가성비가 좋은 음식을 팔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음식점 만으로는 경제적 여유 있는 생활이 어렵다
비즈니스 구조적으로 음식점 오너(혹은 점원) 월급은 필연적으로 낮아진다. 개인 음식점의 경우, 확실하게 자신의 월급이 확보돼있는 곳이 전국에 과연 얼마나 있을지. 2017년 현재 개인 음식점 오너로 제대로 월급이 나오고, 동시에 저축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적은 게 현실이지 않을까.
지인으로 위의 조건을 만족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음식점 경영은 요새 계속 어려워"라는 목소리가 다수다. "어떻게든 음식점 외에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데"하는 목소리도 듣는다. 역시 이런 목소리를 들으면 음식점 경영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은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3. 체력에 의존하고 쉬는 날이 없다
음식업은 영업한 날, 시간으로 매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항상 사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렇기에 대단한 일이 없는 이상 쉴 수 없다. 결국 모든 일을 체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충분한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만큼 매상과 이익도 줄어든다.
어떤 의미에서 음식업은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 점점 힘들어지는 업종이라고도 하겠다. 정년없이 계속 일하는 건 좋기는 좋겠으나.
가령 주1일 휴업, 1일 14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 늘 일정정도 퍼포먼스를 내면서 병에도 걸리지 않고 고령이 될 때까지 현역으로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있을지.
현재 고령이면서 계속 오너로 있는 분은 고도 경제성장기나 버블 시대, 외식 산업 버블을 경험해온 사람일 것이다. 체력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과거의 '레거시(유산)'가 있는 만큼, 고령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온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고령이 될 20~40대는 어떨까. 건강수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20년 이상 불황이 이어져 일본경제가 쇠퇴기에 들어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소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그 다음해에도 이어질까.
결국 별다른 유산도 없고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환경하에서는 고령이 되기 전에 힘을 다 써버리는 오너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4. 병에 걸려도 (이어갈) 보장이 없다
어떤 일에도 공통되는 점이긴 하나, '사람의 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샐러리맨은 사람을 바꾸는 게 어렵다고 해도 쉰다고 해서 월급이 주는 일은 잘 없다.
하지만 개인 음식점은 쉬는 만큼 매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월급도 줄어든다. 큰 병으로 장기 휴업하게 될 경우 이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다. 장기휴업은 매상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와주던 단골들도 떠나갈 가능성이 있다.
5. 음식점을 여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개업 비용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만큼 든다'고 분명하게 말할 순 없지만 수백만~수천만엔 단위로 개업 자금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여기서 가공 점포와 현재 경영하고 있는 카페의 개업비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공 점포의 경우, 조건은 다음과 같다.
점포는 임대물건을 찾는 것으로 한다
임대료는 월 30만엔으로 한다
보증금은 10개월 분으로 한다
레이킹(礼金, 사례조로 건물주에게 주는 돈, 한국엔 없다)은 1개월분으로 한다
설비는 처음부터 모두 들이는 것으로 한다
지방도시 주요역 부근으로 주차장은 없다
이렇게 되면
보증금 300만엔
레이킹 30만엔
중개수수료 30만엔
미리 낸 월세 30만엔
주방기기비 100만엔
간판시공비 20만엔
내장 설계비 150만엔
구인광고비 10만엔
판매촉진비 40만엔
비품비 30만엔
합계 740만엔
이 정도가 들 것이다. 현재 경영하고 있는 점포는 다음과 같다
점포는 자택 1층 부분을 사용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0엔
점원은 가족이기 때문에 구인비용은 0엔
판매촉진비는 스스로 만든 블로그나 치라시로 기본적으로 0엔
인테리어는 처음부터 시작
가장 가까운 역에서 버스로 20분 걸리는 시골에 위치하고 주차장은 있음
내역은 다음과 같다
보증금 0엔
레이킹 0엔
중개수수료 0엔
미리 내는 월세 0엔
주방기기비 40만엔
간판시공비 5만엔
내장 설계비 150만엔
구인광고비 0엔
판매촉진비 0엔
비품비 20만엔
합계 215만엔
가공점포의 3분의 1 비용으로 개업이 가능했다. 자택을 개조하는 경우 임대료나 레이킹을 낼 필요가 없으므로 자금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이전에 디자이너, 웹 관계된 일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건 그렇게 했다(홈페이지, 간판, 치라시, 메뉴 등).
임대를 해서 개업하는 경우 개업준비기간에도 월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할 경우 개업하기 반년 전부터는 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싸게 마무리했다고 해도 200만엔 이상, 소규모 개인음식점이라면 600만~800만엔 이상, 대규모라면 1000만엔 이상 들 것을 상정해야 한다.
글이 길어져서 다음 내용은 이어서(일본 자영업자가 5년뒤 알게 된 10가지 사실②) 옮겨적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