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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Sep 14. 2016

'방재강국' 일본이 지진서 배우지 못한 것

한국 경주 지진과 일본의 경험

경주방폐장이 이미 가동중이기에 일부 수정합니다.



마침 추석을 맞아 한국에 와있던 중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 5.8로 관측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한국에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겼을 텐데,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보도도 쏟아진다. 일본의 재난 대처를 본받으라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아래 JTBC보도는 일본을 참고해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년 반 가량 일본에 있는 필자로서도 크게 동감하는 바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437&aid=0000131291




지난 5월에는 유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지역에 있는 방재센터에 다녀와야 했다. 화재, 구급처치 등과 함께 역시 중요한 건 지진체험이었다.


타치카와 방재관(立川防災館)이란 곳으로, 도쿄 소방당국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서 사진과 체험 내용을 알려주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참고하셔도 되겠다.


http://www.tfd.metro.tokyo.jp/hp-ttbskan/


지진체험하는 아이들. (출처:타치카와 방재관 홈페이지)

그 당시에 들은 지진 대처 요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속보가 뜨면 문을 열어서 대피로를 확보하라.


둘째, 실내에 있을 경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테이블 등 밑으로 숨을 곳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들어가라.


하나씩 살펴보면, 신속하게 문을 열어서 대피로를 확보하란 건 한국에서도 적용될 사항이다. 만약 지진으로 문이 뒤틀려 열리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면 아이들이 앉아 있는 뒤로 문이 열려있다. 실제 지진 체험 강사도 지진 속보가 울리면 바로 문을 열고 밑으로 들어가라는 걸 수차례 강조했다.


실내에서 테이블 밑으로 숨으라는 건 건물이 내진 설계가 돼있을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만약 건물이 무너진다면 사실 별무소용한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대로 해야할지 논란이 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진에서 먼저 떠올려야 할 건, 갈라짐에 의한 피해보다 낙하하는 물체에 의한 피해가 많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외부로 피난하더라도 학교 운동장이나 넓은 공터가 피난 장소로 지정돼있다.




NHK를 중심으로 한 신속한 재난 속보는 세계 최고급이 아닐까 싶다. 전파 순서를 보면,


지진과 동시에, 혹은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①(강진일 경우) 화면 위쪽에 빨간 자막으로 '긴급지진속보'가 뜨고 경고음이 울린다


②(진도5 이상 예측 될 경우) 밑에 경고음과 함께 해당 지역과 대략적인 진원지가 뜬다.


③녹음된 목소리로 "긴급지진속보입니다. 강한 흔들림에 주의해주세요"라고 반복한다.


④아나운서가 "긴급속보가 나왔습니다. (해당 지역 읽고) 강한 흔들림에 주의해주세요.


⑤(흔들림이 강할 경우) 재난 담당 당직 아나운서로 전환해 해당 지역 화면과 진도를 소개한다. 화면도 재난 모드(자막이 눈에 띄게 파란색 배경으로 전환) "가구 등 쓰러지기 쉬운 것으로부터 떨어지기 바랍니다. 안전한 장소로 가 머리를 보호하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한다.


⑥구체적 지역별 진도와 진앙이 대략 나오면 '쓰나미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해당 내용을 전파한다.


아래는 2011년 4월 11일(3.11 대지진 한달 뒤) 일어난 여진이, 생방송 중 일어났을 때 속보 대처 모습이다.

https://youtu.be/zPOEOUQyZgc

아래는 한글 자막이 달려있는 영상이다. 올해 구마모토 지진 당시 모습으로, 본진(本震)이 아닌 전진(前震)으로도 이미 진도 7을 찍은 것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PY9-BqtmPbE


한국뉴스에서는 진도(震度)란 개념은 거의 쓰이지 않고, 규모(M)가 주로 쓰이는 듯 싶다.


하지만 정반대로 일본에서는 시간이 다소 지나고 측정 규모가 발표된다. 규모는 진앙지와 진원의 깊이에 따라 육지에 미치는 영향(이것이 일본에서는 '진도'로 표현됨)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빨리 전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 이와 달리, 진도는 관측소에서 '어느 정도 흔들리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라, 실제 느끼는 상황과 비슷할 수 있다. 아래 내용도 참고로 했다.


https://www.kistec.or.kr/kistec/earth/earth0303.asp


추가로, 핸드폰으로도 진도 5이상의 지진관련 정보는 신속하게 전파된다. '지진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경보음이 울린다. 아래는 속보가 울리는 영상이다. 동시에 타고 있는 신칸센도 멈춘다.


https://youtu.be/qYFdJM0A8m0?t=34s


일본에 와서 2~3차례 경험한 것 같은데,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서 울리는 그 소리(진동 혹은 매너모드라도 무조건 소리가 나도록 돼있다)는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지진속보의 전파력이 강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이처럼 확실히 일본은 재난 대비, 대처에 있어서 선진국이 맞다. 특히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지진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이글은 이와 같은 다소 '뻔한 얘기'를 위해 쓰려고 한 게 아니다. 일본 역시 재해에서 배우지 못하는 게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구마모토 지진 직후에 몇 가지 지적한 내용(재해대비 강국이지만... 아쉬운 점들)에 더해 한 가지 추가로 말하고자 한다.


바로 '원전 재가동 문제'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후 정부 시책으로 모든 원전을 강제적으로 멈춰세웠다. 한국인들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력회사(일본은 지역별로 전력회사가 분할 독점하는 구조다)들도 여론에 밀려 군말없이 이에 따랐다. 다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원전이 견딜지 회사 스스로 자신이 없던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력회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원전을 돌리지 않고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이 부분은 일본사회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원전 재가동을 속속 꾀하고 나선 것이다.


규슈 지역 센다이(川内, 도호쿠의 센다이仙台와는 한자가 다르다)원전이 스타트를 끊었고(2015년 8, 10월), 간사이 지역의 타카하마(高浜)원전이 그 뒤를 이었다(2016년 2월).


원전 정지로 손실을 계속 볼수만은 없다는 일반인으로서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현 아베 정부도 원전이 싸다(실제 그렇지 않다는 건 후쿠시마가 증명했음에도)는 이유로 몇몇 원전의 재가동 추진을 묵인하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타카하마 원전은 지역 주민들이 낸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현재는 가동이 중지된 상태다. 그러나 센다이 원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가동되고 있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 현황. 출처 : 위키피디아(日本の原子力発電所 항목)


위 지도에서 파란색이 가동중, 빨간색이 정지중, 노란색이 가동 계획중이다. 센다이 발전소만 파란색이 들어와있다.


센다이 원전 재가동 시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올해 구마모토 지진 전의 일이다. 당연히 지진 이후 규슈에선 센다이 원전의 안전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운영회사인 규슈전력은 현재에도 "안전하다"는 발언을 반복하며 가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센다이 원전. 출처 : 아사히신문




여기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지난 7월 열린 가고시마 지사 선거에서 야당색이 강한 '탈원전' 후보가 당선됐다. 방송 기자 출신인 미타조노 사토시(三反園訓)로, 재가동을 밀어붙인 3선의 현직 지사(친자민당 관료출신)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등장했다.


지난 참의원 분석글에서도 적었듯, 가고시마는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고 선거도 참의원선거와 같은 날 치러졌다(참의원에선 자민당 후보가 이겼다).


선거에 이긴 미타조노 사토시 현 가고시마 지사. 출처 : http://www.mitazono.net/profile.html


그럼에도, 미타조노가 55.5% 득표율로, 비교적 큰 차이로 승리했다. 그만큼 가고시마 지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이 컸음을 보여주는 결과란 평가가 많았다.


미타조노는 공약대로 취임 직후 센다이 원전을 멈추고 재점검하라고 규슈전력 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규슈전력은 끝까지 거부해 현재는 지사로서 취할 수단이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전망으로 보면, 극한 대립으로 치닫거나 규슈전력의 저항에 굴복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즉, 현시점 승산이 커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일본 미디어가 과거 터부시한 보도에는 '원전의 위험성' 관련 내용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회사가 손에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전력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2009년 광고비로만 무려 250억엔(2600억~2700억원)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역 독점 사업자인 이들의 광고 목적은 오로지 하나. 원전 비판을 막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전족'이라 불리는 국회의원과 각종 이권사업체들의 전횡도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원전마피아는 이들의 축소악화 버전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 여론도 원전에 부정적인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원전 사고로 터부가 다소 완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는 무시 못하는 광고주다. 이는 한국 언론의 삼성 관련 보도와도 맥을 같이하는 지점이다.




얼마전 개인적 대화에서는 사회비판을 삼가는 일본인 지인의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지금 일본 정부의 원전 정책과 관련 보도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얘기를 하며 "돈이 관련돼 있으니 저렇게 추진되고 있는 것일 텐데, 보도도 제대로 안되고 솔직히 매우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방침에 잘 따르기로 유명한 일본 국민들도 원전 문제에 있어서만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사태가 속속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번 울산과 이번 경주의 공통점은 한국에서 드문 지진이 일어났다는 점이고, 둘째는 원전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경주에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도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재난 대응뿐만 아니라, 원전 정책에서 반복되고 있는 비극을 한국에서는 미리 막아야 한다. 각종 원전비리와 정관계, 학계에 퍼져있는 원전마피아의 난립을 보면 솔직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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