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유학생의 취업 스케줄은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 이달초부터 취업활동 설명회 금지가 풀렸다. 다양한 기업들이 설명회를 대거 개최하면서 도쿄 길거리에선 정장 차림의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일본은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経団連)'이 주요 기업들의 채용 시기를 일괄 결정한다. 올해 방침은 지난해와 같이 '3월에 회사 설명회를, 6월에 면접 등 본격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다. 즉, '단기결전'으로 일찌감치 합격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게이단렌에 속하지 않는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은 시기가 다소 다르다. 외국계는 보통 더 일찍 시작한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원 유학생(석사)을 가정해 취업활동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는 히토츠바시대학에서 만든 '일본에서의 취업활동에 대해'를 주로 참고했다.
일본 대학, 대학원 입학은 한국보다 한달늦은 4월이다. 아래 도표를 보자. 도표의 위칸은 '준비'를, 아래칸은 '전형과정'을 나타낸다.
석사 과정(2년)에 입학하면 사실상 바로 취업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즉, 2학년이 되기 전에 준비를 끝내야 한다는 얘기다. 대체로 입사와 같은 해 전형이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채용이 되더라도 이듬해 4월부터 일을 시작한다. 졸업과 취업활동을 준비하면 늦는다.
최소한 다음해 2월까지는 취업과 관련된 준비를 마치고, 본 게임에 들어가야 한다. 6월에는 여름 인턴십 응모와 전형을 거쳐 여름방학(8~9월)에 실제 참가한다. 만약 시간이 부족했다면 겨울 인턴십을 준비해야 한다.
인턴십의 개략에 대해서는 이전 글(일본 취업의 몇 가지 사실⑧-필수가 돼가는 방학중 인턴십)에 적어뒀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동시에 '자기가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고 자신이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일단 업계를 정한다. 업계를 정한 뒤에는 세부적으로 기업과 관련한 정보를 하나하나 모은다(이건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런 뒤 3월부터 적극적으로 채용설명회를 다니고, 회사에 엔트리시트(한국으로 치면 서류 등 자소서 전형)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 뒤 면접과 내정을 거쳐 입사가 결정되는 스케줄이다.
취준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많이 참고하는 책이 '四季報'라는 업계 정보지다.
업계 전반을 다룬 버전과, 세세하게 기업을 다룬 버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회사정보야 인터넷에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이 책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있어 정보 습득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여행업계 현황을 나타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회사 특징이 쓰여있다. 1위가 JTB라는 회사다. 그 외에 업계 전반적인 전망도 적혀있다.
무료통화 어플, 즉 메신저 시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라인이 1위인데, 라인이 한국자본으로 이뤄져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략적인 업황을 본 뒤, 세부적인 정보를 찾아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취업활동이다. 회사를 미리 정하면 대학교 선배(OB, OG방문이라고 한다)를 찾아가 얼굴을 익히는 일도 한다. 어떨 때는 OB, OG 방문이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나타낸다고 여겨져, 중요 참고사항이 된다.
히토츠바시대학에서도 외국인의 취업활동 중 강조하는 건 역시나 '일본어 능력'이다.
심지어 '일본 취업활동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일본어 회화력(읽기 쓰기보다도 중요)'하다고까지 쓰여있다. 단순히 친구와 대화 수준이 아니라,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과 회화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영어실력 등등은 부차적이란 얘기다.
*블로그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문의를 주시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일본어를 부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느꼈다. 일본은 영어권 국가가 아니며, '서양권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영어로만 취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 폭이 좁아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원 2년동안 취업활동만 해야 하는 게 아니란 점이다. 당연히 수업을 들어야 하고, 지도교수와의 지도수업(제미라고 한다)도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2학년말에는 석사논문도 써야 한다.
4년이란 긴 시간이 있는 학부생과 달리 시간이 촉박하다. 실질적으로 입학후 1년 정도 밖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어가 어느 정도 준비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입학부터 하면 취업은 물론, 수업에서도 고생할 게 명약관화다.
(어떻게 입학했는지 의문이 가는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을 적지 않게 본다)
아래는 일본 대학원생이 2년간의 취업활동 스케줄을 발표한 내용이다.
이 학생은 상학연구과(경영학)에서 회계 금융을 전공한 뒤, 스미토모생명에 취업했다고 한다. 후배에게 보내는 응원메시지에는 '이른 단계에서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적혀있다.
학업/취업을 절반으로 나눠서 체계적으로 병행해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취업활동이 시작함과 동시에 석사논문주제를 정하고 있다.
외국인이라면 여기에 일본어를 위한 시간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라면 아르바이트도 추가될 것이다(아르바이트가 향후 취업할 분야와 연관이 있다면 좋을 것이나, 그럴 만한 아르바이트는 많지 않다. 물론, 일본어에는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일본 취업활동은 틀에 박힌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관심분야를 확실히 정해두고,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대체로 승률이 높다고 한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