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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l 07. 2017

일본은 진정 '과학'으로 '공포'를 이겨내고 있을까

원전문제, 일본은 '모범'아닌 '반면교사'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일본의 원전 논란을 몇 차례 전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일본에서 핵문제는, 핵무기라는 이슈와 함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좌우를 가르는 논쟁의 중심 가운데 하나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는 더더욱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후쿠시마, 차별의 이름

'방재강국' 일본이 지진서 배우지 못한 것                                                                                                                                                                                      


우연히 아래 칼럼을 읽다 몇 가지 생략된(?) 사실이 있기에 보충해서 올려볼까 한다.


선우정 기자는 '일본통'으로 알려져있고, 실제 특파원 생활도 오래했다. 그러나 회사의 논조상 그에 따르는 보도도 적지 않게 있는데 아래 칼럼도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일단 기사 내용을 정리해본다. 그에 대한 자료를 통해 사실 확인을 해보고자 한다.


①원전 가동 정지 이후 전기료 변화

- 실제 2010년과 2014년을 비교해보면, 가정용은 25.2%, 산업용은 38.2% 올랐다고 한다. 일본 정부 공식 발표이니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전기값이 올라갔다. 일본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이 멈췄고 절전은 당연시됐다.

-전력 내 원전 비중은 2010년 28.6%에서 2014년 0%로 바뀌었다. 혁명적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본은 나름대로 적응해왔다. 아래 그림에 자세히 나와있다(경제산업성, 각각 아래 홈페이지).


http://www.meti.go.jp/committee/sougouenergy/denryoku_gas/kihonseisaku/pdf/002_04_02.pdf

http://www.enecho.meti.go.jp/about/pamphlet/pdf/energy_in_japan2016.pdf


전기요금 추이
발전 구성 변화

②신규제 기준에 대해

- 일본 정부는 정권교체(민주당->아베) 뒤, 신규제기준을 만들어서 2013년 7월 시행했다. 중대사고 대책에 대해 의무로 하고, 지진과 쓰나미 예측도 강하게 했다.

- 그러나 신규제기준은 '원전재가동'을 전제로 한 것으로, 사실상 '탈원전'과 반대되는 흐름으로 이해돼왔다. 칼럼에도 적혀 있는 부분이다.

- 또한 이같은 규제 기준과 별도로, 수명이 40년된 원전에 대해 환경대신의 인가로 최대 20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리하여 2016년 6월 후쿠이현의 타카하마 원전 2기가 수명 연장을 결정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원전 반대세력뿐만 아니라,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큰 부분이다.


③법원의 판단에 대해

- 법원이 최근 원전쪽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 타카하마 원전 3, 4호기를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2016년 3월 받아들여졌으나, 지난 3월 항고에서 취소됐다. 오이 원전 3, 4호기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이 있었으나 2013년 4월과 2014년 5월 기각됐다.

-다만 칼럼에 "올 3월 오사카법원은 전문가가 책정한 기준을 부정하려면 거꾸로 부정하는 쪽이 왜 전문가의 기준이 불합리한지 입증하라고 했다.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선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로 지금 일본에선 5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앞으로 20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돼 있는데, 이 부분은 대체로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실만은 아니다.

→ 즉, 신규제기준에 대해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소송을 낸 쪽에 "신기준자체에 합리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성 입증 책임에 관해선 "간사이전력(운영사)에 모든 자료가 있으므로 전력사가 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1심에선 자료를 대충 냈던 간사이전력은 2심에서 천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냈고, 이것이 주효했다고.


全国脱原発訴訟一覧

2017年7月4日更新 原発名が青字は係争中の裁判 No. 原発名 提訴日 請求の趣旨 訴訟の経緯 (今後の進行予定等) 係属裁判所 被告 ホームページ 名称等 1 泊 2011/11/11 1,2号機運転差止め,3号機運転終了,1-3号機廃炉措置 2017年6月13日(火)14時~第21回口頭弁論期日 札幌地裁 北海道電力(株) 泊原発の廃炉をめざす会 2 泊 2011/8/1 定険終了書交付差止め、仮の差し止めを提起(行訴)。 同交付がされたので、交付処分の取り消しに訴えを変更、2012年5月訴えの利益失い取り下げ終了。 札幌地裁 国 3 大間 2010/7/28 電源開発に対し大間原発の建設・運転差止め,被告両名に対し各原告に3万円の慰謝料請求 ※2014/12/16電源開発が設置変更許可申請 2017年6月30日第29回口頭弁論期日(結審)年度内に判決予定。 函館地裁 国,電源開発(株) 大間原発訴訟の会 4 大間(函館市) 2014/4/3 設置許可無効確認、建設停止義務付け(行訴)、運転差止(民訴) 電源開発の設置変更許可申請に伴い、訴えの追加的変更(設置変更許可処分の事前差し止め(行訴)) 2017年8月2日(水)15:00~第13回口頭弁論期日、11月8日(水)15:00~第14回期日(103号法廷) 東京地裁 国,電源開発(株) 函館市の大間原子力発電所に対する対応について 5 六ヶ所高レベル廃棄物貯蔵センター 1993/9/17 事業許可取消(行訴) 2017年3月10日第100回口頭弁論期日 青森地裁 経済産業大臣 核燃サイクル阻止1万人訴訟原告団 No. 原発名 提訴日 ...

www.datsugenpatsu.org

 


④원전의 공포는 과학으로 극복되고 있을까

- 일본 시민들의 원전 공포라는 건 '경험'(후쿠시마 사고)에 바탕한 것이지 미신에 근거 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칼럼은 공포와 과학을 병치시켜서, 공포의 근거를 과학적이지 않은 불합리한 것으로 치부하는 뉘앙스다. 한국에서 이른바 '유언비어 프레임'으로 보수세력이 톡톡히 재미를 봤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사용한 용어인 듯하다. 그러나 과연 제대로 된 비유인지 의문이 간다.

("'공포'를 '과학'으로 극복하는 노력이다. 아무리 절전을 실천해도 이념만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없다. 정권이 바뀐 뒤 일본 정부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했다.")

- 2016년 10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를 보자. 재가동에 대해 '찬성'은 겨우 29%, '반대'는 57%에 달한다.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바로 제로로 한다'가 14%, '가까운 장래에 제로로 한다'가 59%로, 합하면 74%다. '제로로 안한다'는 22%에 지나지 않는다.

- 마이니치 신문 조사도 차이가 없다(2017년 3월). '재가동 반대'가 55%로, '찬성'이 26%다. 과연 이 사람들이 모두다 비과학적 맹신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것일까. 그리고 진정으로 공포가 극복되고 있을까? 아주 강한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 최근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강제기소된 도쿄전력 전직 임원 3명에 대한 재판도 시작됐다. 무려 6년이 지난 시점에 시작된 재판이지만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데 대해 검찰 시민위원회(시민들로 구성되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을 수 있다)가 2차례 강제기소 결정을 내린 뒤에야 겨우 재판이 열렸다. 일본 내 원전세력(보통 원자력촌原子力村-원전마피아)의 힘이 세다고 하겠다.





⑤원전은 정말 저렴하고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할까

- 칼럼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저렴하고 안정적 에너지를 공급할 책임', '종착점엔 국가 안보'.

- 이 부분이 가장 허약한 근거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저렴하고 안정적 에너지 운운 부분부터 보자.

- 일본 정부 자문회의가 지난해 밝힌, 후쿠시마 원전 처리비용(배상비용 및 노후원전 폐로비용 등)은 21.5조엔(215조원)이었다. 당초 설명한 11조엔(110조원)에서 무려 2배가 늘어난 것으로,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됐다. 게다가 민간 단체가 책정한 것도 아니고,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인데, 대략 지금 '전국민 전기세에 부담시키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경제산업성 정책자문회의(有識者会議, 전문가모임)는 "2020년부터 40년간 도쿄전력뿐만 아니라 모든 전력회사 전기료를 올려 배상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권했다(지난해말). 즉, 원전 사고에 책임이 없는 일본 국민(+외국인 거주자)도 돈 내서 원전 피해액을 부담하라는 얘기다.

- 후쿠시마 사고가 매우 작은 확률로 일어났다고 해도, 200조원이상의 처리비용과 사실상 후쿠시마 동부지역이 소개지(疎開地)가 된 것을 생각하면 진정 저렴한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국가안보는 아예 근거가 제시돼있지 않다.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을 쏘니까 원전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게 일본 내 실정이다. 자칫 오발로라도 원전이 미사일에 맞으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는 상상에 맡긴다. 안보와 원전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원전을 멈추려는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무시하려고 한다'는 프레임을 짜려는 무리한 주장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⑥그럼 일본 정부는 왜 원전을 추진할까

- 일단 미디어 입장부터 보자. 전력회사는 손에 꼽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광고주다. 도쿄전력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인 2009년 광고비로만 무려 250억엔(2600억~2700억원)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역 독점 사업자인 이들의 광고 목적은 오로지 하나. 원전 비판을 막는 것이다.

- 2013년 1월 아사히신문은 간사이전력의 광고선전비중 원전 관련된 비용은 연간 9억엔(90억원)에 달한다고도 밝혔다. 여전히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있다. 원전은 전력회사의 돈줄이고, 많은 전력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다. 실적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전기의 민영화가 탈원전을 막고 있는 셈이다.

- 자민당과 원전 관련 회사와의 유착도 오래된 얘기다. 아래는 공산당 기관지 자료(しんぶん赤旗)이기는 하나, 보고서에서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위와 같은 이유로 신문보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사고전까지 도쿄전력 임원들이 정해진 것처럼 자민당 자금모금단체(国民政治協会)에 일정한 액수를 내왔다(이 가운데 두명은 원전 책임으로 강제기소돼서 재판을 받고 있다).


- 또한 주요 야당 중 하나인 민진당(民進党)은, 주요 지지단체가 일본의 최대 노동단체 렌고(連合)다. 렌고에서 힘이 센 지부가 원전 관련 노조인데, 이 노조는 '일자리 문제' 때문에 원전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니가타현(현에서 강제적으로 지역내 원전 재가동을 막고 있다) 지사에서 탈원전 후보가 인기를 얻고 있어도, 민진당은 눈치를 보면서 지원유세를 하지 못했다. 결국 탈원전 후보가 크게 이기자 뒤늦게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 전력회사 실적은 원전 가동을 멈춘 이후 하나같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과연 원전 재가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전력회사가 저지른 잘못을 일본 시민들이 떠안고 있는 꼴이다. 그럼에도 이런 모습을 한국이 배워야 할지, 되묻고 싶다.



- 상황을 종합해서 봤을 때, 정말로 일본에서 과학이 공포를 이겨가면서 원전 재가동을 시작하고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비록 한국에서 원전을 어떻게 멈출지, 방식의 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는 방향은 맞다. 일본은 배우면 안될 '반면교사'지, '교훈' 혹은 '모델'로 삼을 국가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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