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 5%가 외국인 노동자
한국에도 다수 있는 편의점의 종주국은 사실상 일본이다.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역으로 일본법인이 미국본사를 매수한 지 오래돼 현재는 완전한 일본회사다. 한 지역에도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다수 있고, 최근에는 중소브랜드가 대형브랜드에 통합되는 경향마저 나타나 경쟁은 치열함을 더해가고 있다.
일본 소매업 중 편의점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이미 물품 판매액수로만 백화점을 넘어섰고, 슈퍼마켓을 제치기 위해 전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는 편의점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맨 윗선이 슈퍼마켓, 초록색이 편의점, 파란색이 백화점이다.
점포수 역시 상승일로다. 4만 점포를 넘어선 지 얼마되지 않아, 최근에는 5만 곳을 넘어섰다. 빈 지역 없이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참고로, 한국은 올들어 3만 점포를 기록했다고 한다).
개별회사로 봐도 편의점의 상승세는 매우 뚜렷하다.
가장 규모가 큰 세븐일레븐(세븐 아이홀딩스)을 보면,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3523억엔 가운데 86.3%가 편의점에서 나왔다. 과거엔 이토요카도(슈퍼) 등도 적잖게 이익에 도움이 됐으나 현재는 거의 유일하게 편의점에서 소매업 관련 이익이 나오고 있다.
일본 각 편의점들의 최근 수익화 전략은 자사 브랜드다. 한국에서는 대형마트가 힘을 쏟은 PB(Private Brand)로 알려진 상품들이다. 세븐일레븐의 '세븐프리미엄', 패밀리마트의 '패밀리마트 콜렉션', 로손의 '로손 셀렉트' 등이다.
아래는 세븐프리미엄(PB) 10주년을 감사한다며 내보낸 CM. 가족 내에 꼭 필요한 식료품을 파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실제 일본에선 편의점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편 택배를 보낼 수 있고, 공과금을 내고, 공연, 스포츠 티켓도 살 수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물품 공급의 창구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공기관화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슈퍼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심한 건 거의 2배가까이 차이- 필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물론, 이런 편의점에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썼던 편의점 알바생 울린 '만들어진 전통' 글에 나온 것처럼 물량 떠넘기기가 횡행하거나, 최근에는 PB 브랜드 가격 후려치기-이른바 갑질- 횡포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아래는 PB 브랜드 납품업체를 '이지메'한 혐의로 세븐아이홀딩스가 시정권고를 받았다는 기사. 유통업체의 갑질횡포는 어찌보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도 의미 있는 내용이니만큼 간단히 옮겨본다. 기시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セブン社は、おにぎりやサンドイッチなどの「デイリー商品」や、レトルト総菜、パン、デザート類、ペットボトル飲料などの「セブンプレミアム」といったPB商品の製造を下請け業者に委託し、各店舗で販売している。
세븐사는 오니기리나 샌드위치 등 '데일리 상품', 레토르트 반찬, 빵, 디저트류, 페트병 음료수 등 '세븐 프리미엄' PB 상품 제조를 하청업체에 위탁해 판매하고 있다.
公取委によると、同社は少なくとも2015年9月~16年8月、製造委託業者に対し、本社から各店舗に配信する電子カタログの制作費用などを「商品案内作成代」名目で負担させたほか、新規や改装オープンする店舗のセールの際の値引き分を「新店協賛金」として支払額から差し引いていた。不当な減額は、76業者に対して約2億3千万円にのぼっていた。
공정위에 따르면, 적어도 2015년 9월~16년 8월, 제조위탁업자에 대해 본사에서 각점포에 보내는 전자 카탈로그 제작비용 등을 '상품안내작성' 명목으로 부담시키고, 신규, 개장 오픈하는 점포 세일시의 할인분을 '신점 협찬금'으로 제하고 지불했다. 부당 감액은 76업자에 대해 약 2억3000만엔에 달했다.
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편의점은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직종이 아니다. 이는 알바에게도 마찬가지인지라, 특히 도심에 있는 편의점은 일손이 늘 부족하다고 한다.
최근 일본 편의점에 고용된 전체인원수는 70만명 가까운 수준이라고. 거의 중대형 도시 한 곳의 인구가 전부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끊임없는 확장으로 알바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는 건 흔한 일이다. 아래는 일본에서 화제가 된 구인 광고다. 사진만으로는 감이 안 올 듯 싶긴 한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타이틀: 이대로 사람이 늘지 않으면 제가 24시간 영업하게 됩니다.
사진밑 설명: 요전까지 많은 응모가 오리라는 꿈까지 꿨습니다.
내용: 심야근무는 현재 2명. 아주라고 하긴 그렇지만 부족합니다. 시급도 올렸고 안전도 충분. 불량배가 모이는 일도 없다. 어려운 일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물건 내는 것과 간단한 접객을 해주면 그걸로 됨. 누구라도 좋으니 살려주세요.
이 구인의 키워드: 편의점 점장의 위기?!
(참고로, 시급은 도쿄이니만큼 950엔부터다. 도쿄의 최저임금은 932엔이다)
-처절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급한 구인광고다. 그만큼 일손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아래 표를 한 번 보자. 구인배율이라는 통계인데, 한 구직자를 놓고 몇 군데서 모집하고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다. 도쿄는 무려 2배에 달해, 한 사람을 놓고 두 곳이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평균은 1.49배로 이는 일본에서도 경제가 절정에 달한 버블기를 넘어서는 수치라고 한다.
일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편의점 각사가 서두르는 건 외국인 채용이다.
고급 회화가 필요하지 않고, 비교적 정해진 패턴의 응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도 큰 무리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신주쿠에는 외국인 알바 비율이 4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체감적으로는 그 이상 아닐까 싶다.
아래 기사는 편의점 알바 채용을 위해 외국의 일본어학교까지 가서 접객 교육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 패밀리마트는 최근 5월 중국, 네팔 알바생을 직접 사장실에 불렀다고 한다. 이유는 '외국인 점원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기탄없이 의견교환을 해 외국인 점원 매뉴얼 등에 힘을 쏟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 패밀리마트의 전체 외국인 점원은 5%. 가맹점 80% 가까이가 점원 모집에 곤란을 겪고 있어, 아예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전문학교에서 가맹점과 함께 채용 면접을 열었다고(아래 기사 사진).
- 로손은 지난해 6월 베트남에 가서 유학이 결정된 학생을 대상으로 편의점일과 일본의 관습을 가르치는 연수회를 열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일본어 학습에 도움이 되고, 계절 상품을 통해 일본 문화를 알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점을 어필했다.
- 세븐일레븐은 아예 친절한 일본어 사용에 관한 일러스트와 매뉴얼을 점원들에게 배포했다. 인사와 봉투담기 팁 등을 교육하는 기회를 늘렸다.
- 기본적으로 젊은 인구가 줄고, 굳이 편의점 같은 일을 안해도 좀 더 편한 알바(보통 편의점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선에서 시급을 준다)가 있는 만큼, 외국인 인재 채용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의도치 않게(?) 일본 편의점이 다국적화되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이같은 경향은 갈수록 더하면 더했지, 잦아들지는 않을 듯싶다. 3만점을 넘어선 한국 편의점에도 참고가 될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