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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Apr 19. 2021

춤추는 남자

내 안에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

춤과 사랑에 빠진 남자


내가 춤에 빠진 건 2년 전이다. 2019년 휴가지를 알아보던 중, 연달아 지인 두 명이 인도에 한 '춤 명상 센터'에 가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인도란 나라도 낯선데, 춤 명상이란 어떤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게 다가오는 '동시성'을 믿고 인도행 비행기를 탔다.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 '움직임 명상'을 만났다. 그리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나름 휴식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어서 마인드풀니스 등의 대중화된 명상은 익숙했었다.


하지만 정적인 명상은 내게 편안함 이상의 매력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만난 움직임 명상은 달랐다. 음악과 함께 쏟아내는 감정, 움직임 끝에서 깊은 감정적 해소와 화해를 목격할 수 있었다.  


명상 센터 동기들


그리고 반짝이는 친구들을 사귀었다. 명상으로 자신을 해소하고,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기 위해 모인 전 세계의 친구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반겼다.


우리는 명상과 사랑과 여행에 대해 밤새 대화를 나누고 춤을 췄다. '오쇼 메디테이션 리조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명상 리조트였다.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곳이 너무 그리웠다. 3개월 만에 다시 짐을 싸 인도로 돌아갔고,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액티브 명상 지도자 과정’까지 잘 마쳤다.


* 인도 명상 여행 후기 -  액티브 메디테이션 자격증 따기까지


오쇼 명상 퍼실리테이터 자격증


Inner man - Inner woman


그런데 춤 명상 센터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동양인 남자가 매우 적었다는 점이었다. 아시아 문화권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일찍이 통제당한 탓일까? 아니면 단순히 알려지지 않아서였을까?


그런데 정말 우연한 계기에 아버지뻘의 한국 중년 남성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야외 자쿠지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데, 그가 한국말로 말을 걸었다. 나는 며칠 전 댄스 플로어에서 그의 파격적인 춤사위를 본 적이 있었기에, 절대로 그가 한국인일 것이라 생각 못했다. 긴 포니테일 머리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어딘가 세계 여행가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짧지만 아주 행복한 대화를 했다.


이곳에는 왜 이리 아시아 남자들은 잘 없을까요? 꼭 이곳 말고도 여행을 하면, 해외에 좋은 곳들은 많이들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경험들이 있는데, 남자들이 이걸 경험하지 못한다는 게 참 아쉽지?”

“네 정말 아쉬워요. 한국 친구들에게 너무 이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


“그래도 프램(나의 스피리추얼 이름)의 친구들은 조금 나을지도 몰라. 한국의 중년 남성들은 정말 자신을 드러내는데 막혀있어. 오랫동안 해보지 않아서 이제 기회가 와도 표현을 잘 못하게 된 거지. 어차피 죽으면 흙으로 가는 몸뚱이, 왜 이리 아끼고 사는지 모르겠어. 이렇게 이 생애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데 마음껏 즐기며 살아야지 안 그래?”



“맞아. 그런데 말이야. 난 그렇게 자신의 개성을 감추고 살아왔던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해. 나도 참 멜로 소설 좋아하고, 서정적인 것 좋아하는 남자였지만, 청소년 때 쉽게 내 취향을 꺼낼 수가 없었어. 이후에 갔던 군대나, 튀면 안 되었던 직장생활도 비슷했어.


남성다움을 강요받기도 했고, 튀면 정 맞는 분위기에서 살기 위해 감춰야 하는 것이 많았었거든. 다른 중년 남성들은 나보다 그런 시간을 더 오래 격었겠지? 그럼 당연히 나를 표현하고 움직이는 건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사실 나도 이곳에 와서 너무 다행이면서도, 혼란스러운 게 그거였어. 내 내면 작업을 해보면서 내 안에 Inner Man, Inner Women 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됐어. 심지어 내 안에는 페미닌 에너지가 남성의 에너지보다 훨씬 더 크고, 나를 리드하는 리딩 에너지더라고. 그걸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혼란스럽기도 하더라고”


프램, 그건 축복이야!"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우리처럼 또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문학을 읽고, 자연을 보며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춤을 추고, 사랑을 하며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 이건 정말 큰 축복이야. 그저 충만하게 누리고 살면 돼. 내 안에 페미닌 에너지가 있다고 혼란스러워할 것 없어. 이 멋진 삶을 즐기자고. 좋지? 자, 이제 그럼 다시 수영하러 갈까?”


“네! 수영하러 가요!”


osho.com


우리 안에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 있는 것.
그건 축복이야!


그와의 대화 덕분에 잠시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너무도 편안해졌다. 우리는 그 뒤로도 센터에서 몇 번 마주쳤지만, 대화 없이 그저 열심히 춤을 췄다. 행복했다.  


이후 내면 작업을 더 과감해지고 깊어졌다. 강력한 액티브 메디테이션(동적 명상)으로 내 안에 블락을 깨고, 부드러운 명상으로 다시 멜팅하고를 반복하자 내 안에 *아니마 아니무스는 완전히 존재 자체로 편안한 안식에 들어갔다. 내 삶의 진취성과 안살림을 도맡았던 페미닌 에너지는 거의 처음으로 편안한 잠에 빠졌고, 아픈 손가락처럼 소심하고 축 쳐 저 있었던 소년은 오랜만에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편하게 놀았다.


나의 첫 번째 자각이었다. 가슴 중앙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옴을 느꼈고, 내 존재 안에서부터 강렬하고 맑은 감사함이 느껴졌다. 한참을 명상 홀 바닥에 웅크려 소용돌이치는 존재적 감사함 속에 황홀하게 감싸 안겼다.


센터의 사람들은 한눈에 나의 '자각(awareness)'을 알아보았다. 하나 같이 다가와 이 순간을 축하해 주었다. 센터에서 오랜 커뮤니티 생활을 했던 선밴들은 내게 다가와 축복해주었다. “프램, 그 순간이 왔구나. 너는 이제 여길 떠나 더 넓은 곳으로 여행을 가렴.”


한국에서 처음 인도 춤 명상 센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동시성이 찾아왔다. 두세 명의 선배가 똑같이 한 지역의 이름을 말하며, 그곳에 가보라고 했다. 나는 익숙해진 센터를 떠나 고아 아람불로 향했다.


고아, 아람불. 춤 명상 센터


섹스(성) 에너지


아람불에서는 오쇼 리조트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날것의 스피리추얼 세상과 만났다. 명상이라는 세계관 안에서 탄트라, 샤머니즘, 에스테틱 댄스, 컨택 임프로브 등 정말 다양한 전공을 만났다.


특히 탄트라적 에너지의 교감을 배웠던 것은 내 세계관의 말도 안 되는 커다란 확장이었다. 짧은 경험과 지식으로 그것을 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건, 그동안 내가 섹스 에너지를 너무 저평가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성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있어 '섹스'는 정말 낮은 레벨의 행위였다. 나도 섹스를 할 때 상대와 섬세하게 교감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조차도 그동안 섹스 에너지를 너무 '배설'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의 소중한 성 에너지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다.


만약 섹스만 놓고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성적 에너지를 본다면 우리가 우리의 타고난 자동차의 성능 중 10% 미안의 기능만 사용하는 샘이었다. 성 에너지를 상대와 함께, 또는 나 자신과 함께 잘 주고받아 상승시킨다면, 현재를 충만하게 살 수 있는 러블리한 에너지내 존재와 현재에 대한 사랑으로 보답받을 수 있다.


탄트라 경험 이후로 난 남녀관계를 느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자각 이전으로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의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탄트라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더 자세히 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다시 돌아와 inner man - inner woman 이야기를 더 해보자)


라이프쉐어 - '사랑의 실험' 워크숍 중




그동안 억압된 여성성을 애도하다


앞선 일화에서처럼 대게의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감정과 내면 표현에 있어서 많이 가두어져 있다. 하지만 남성들이 이제는 내 안에 여성성을 인정해주고, 그 에너지를 잘 꺼내 주어야 한다. 특히 삶에서 상대와 더 깊게 사랑하고, 잘 교감하며 살기 위해 이 부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여성분들이 남자들과는 대화가 안된다 말한다. 남자는 사랑을 꽤 안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공감능력이나,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일부는 믿을 수 없지만 여전히 기득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상대를 사냥의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남성은 점점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고립되고 있다. 반면 여성들은 멘탈과 육체적인 면, 사회적인 면에서 골고루 강해지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다. 여성을 위한 운동 콘텐츠, 리더십, 재테크, 젠더 콘텐츠는 이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처럼 남성들 또한 평소에 쓰던 문제 해결적 사고, 논리적 접근, 강자생존의 에너지 흐름(또는 습관)에서 벗어나 몸과 심장으로 본질과 교감하고 공감하는 언어를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몸과 내면에 있는 여러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라이프쉐어 '다이빙 클럽' 참가 남성 다이버들


이 과정이 나를 존중해주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강요받은 남성성 때문에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고, 약한 나를 얼마나 스스로 눈치 주었는가.  


눈치 안 보고 내면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한다던가, 글을 쓰거나, 본질적 대화를 나누고, 예술 작품을 바라본다던가 하는 창조적, 또는 감성적 행위는 남성들의 전혀 다른 면을 깨우게 할 것이다. 무언가 일어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 또한 사랑스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행위들이 당장에 내게 이득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 다양한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감정적인 표현을 할수록 상대와 본질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 훨씬 더 사랑을 아름답게 하고 살 텐데, 이보다 더 값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앞으로 훨씬 더 사랑받으며 살 텐데, 이보다 더한 이익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는 머리로 이해받으려 하지 말자. 평생 썼던 이성으로 안 되는 것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내 안에 또 다른 에너지를 써보자. 오히려 풀리지 않았던 많은 트라우마, 감정, 갈등 들이 녹아내리고 나는 한층 더 여유롭고 부드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한국 남성들이 춤을 많이 췄으면 좋겠다.

라이프쉐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 남성들이 춤을 많이 췄으면 좋겠다. 라이프쉐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먼저 내가 편안해질 것이다. 머리로 참아온 것들이, 몸으로 마음으로 풀리면서 굳었던 가슴에 바람이 통할 것이다. 눌려진 미간에 처음으로 이완이 찾아올 것이다. 감정과 근육이 편안해지면, 인생이 바뀐다.


두 번째 효과로는 이전보다 10배는 더 잘 사랑하며 살 수 있다. 여성은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남성도 남성이기 전에 사람이다. 그렇기에 성별과 나이 이전에 존재적 에너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처럼 존재적 에너지 또는 영혼과 교감하는 법을 익힌다면 내가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는 더없이 넓어진다. 교감으로 삶의 지평이 훨씬 넓어질 것이며, 공허함이 있던 자리는 사랑으로 가득 찰 것이다. 춤을 추면 출수록 성별, 나이 등의 시각적 사회적 정보는 무의미해진다.


'컨택 즉흥' 워크숍


내 안에도 많은 종류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오히려 그것을 축복처럼 여겨보자. 우리 사이에 혐오, 흑백논리, 자극적 쾌락추구, 억압, 폭력 등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왜냐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가슴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밖에서 무언가를 찾지 않는다.


이토록 우리는 춤을 추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혼자서 이 과정이 어렵다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는 도처에 얼마든지 있다.


나는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인도에서의 축복을 이어가기 위해 매주 컨택 즉흥 춤을 춘다. 뉴스레터를 만들어 나만을 위한 글을 써서 나눈다. 라이프쉐어 빌리지에서 매번 남성-여성을 떠난 존재적 교감을 나누고, 허그를 주고받는다.


'어센틱 무브먼트' 워크숍 중


그리고 이제는 상대에게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인정하고 나니, 숨길 것도 줄어들었다. 편안한 내가 되어, 내게 맞는 사랑의 형태를 취하고, 더 본질적인 교감을 하고, 나다운 성장을 한다. 이것이 내가 우리 남성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믿을 수 없도록 아름다운 여정이다.


당장은 멀게 느껴지겠지만, 마음만 조금 바꾸면 된다. 그래도 혼자서 어렵다면, 라이프쉐어 커뮤니티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곳에 있는 따뜻하고 열린 사람들은 당신의 어떤 모습이건, 편견 없는 마음으로 받아줄 것이다.




글 | 최재원

기획 | 라이프쉐어

메인 사진 출처 | 아티스트 원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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