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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동의 한 아이에게

김사인

by Jaeyoon Kim

춥지 않느냐


외진 신작로 마른 먼지길


오똑하게 혼자서 가고 있는 아이야


해진 팔꿈치와 옷소매


쩍쩍 갈라진 네 조그만 주먹을 보며


꼬옥 움켜쥔 낡은 책가방을 보며


내 가슴은 사정없이 무너지는데


코 끝에 성가신 콧물을 문지르며


씩 웃는 네 얼굴은 말 못 할 맑음으로 눈부시다



목숨의 소중함과 사랑을 떳떳이 말하지 못하여


이제 내가 할 말은


‘춥지 않느냐’는 물음뿐



추위와 가난을 썩 앞질러 야무지게 걸음을 옮기는


조그만 들에 대고


네가 자라 더 거센 추위가 닥칠지라도


오늘의 이 눈빛 잃지 말고


힘차게 북을 치며 나아가라고


속으로만,


그러나 목이 터져라 나는 외치는데



들리느냐, 아하 우리들의 아이야



-「밤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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